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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현직 대통령 권력 암투로 발생 인도 등 이해관계 얽혀 사태 복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도양의 조용한 휴양·관광 섬나라 몰디브가 전·현직 대통령간의 반목으로 외국군이 진주하는 국제전장이 되고있다.
몰디브의 쿠데타시도는 회교휴일인 3일(금요일) 새벽 동트기 전 스리랑카에서 몰래 잠입한 4백여명의 중무장 외국 용병들이 수도 말레의 대통령 궁과 경찰본부·변전소 등 국가주요시설을 공격하고 현직 각료 7명을 포함, 2천여명의 인질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가윰」현 대통령(50)은 사건직전 대통령 궁을 탈출, 곧 미국·영국·인도에 쿠데타 진압을 위한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이 요청에 따라 인도가 3척의 전함과 2대의 군 수송기로 1천6백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스리랑카도 1백50명의 지원군을 파견했다.
쿠데타에 참가한 용병들은 스리랑카 타밀 분리주의 게릴라들인 타밀 일람 해방호랑이(LTTE)로 알려져 있다.
LTTE는 싱가포르에 망명중인 몰디브의 전임 대통령 「이브라힘·나시르」와 그의 추종자 2명이 주동이 돼 스리랑카 거주 「나시프」측근 기업인 「압둘라·라푸티」를 통해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조건은 쿠데타 성공시 2백만 달러의 보수 외에 몰디브 무인도 중 1개 섬을 LTTE기지로 사용토록 제공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TTE게릴라용병 2백여명은 이날 새벽 수도 말레가 있는 훌룰루섬에 은밀히 배편으로 상륙, 이미 수주일전에 잠입해 있던 다른 LTTE요원 2백여명과 합세, 쿠데타 작전을 개시했다.
쿠데타 개시 후 말레시 전역엔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콜롬보 왕복 항공선이 전면 운항 중지됐으며 시가지는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쿠데타 용병들의 천지가 돼버렸다.
이번 쿠데타는 현직 「가윰」대통령이 1주일 후 3선 대통령에 재 취임하기 직전에 시도된 것이다.
「가윰」대통령은 지난 80년과 83년 두 차례 쿠데타 위기를 넘겼으며 80년의 경우 「나시르」전대통령이 9명의 영국 공군특공대를 고용, 「가윰」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었다.
「가윰」·「나시르」의 반목은 「나시르」에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가윰」대통령이 「나시르」전 정부의 공금횡령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토록 명령하면서 시작했다.
「가윰」대통령은 또 「나시르」의 재산을 압류하고 그의 동생들을 부패혐의로 재판에 회부했었다.
이후 「나시르」는 싱가포르로 망명,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윰」정부 전복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윰」대통령은 지난 78년 취임 후 폐쇄적인 회교공화국을 개방정치로 대외 공개했으며 경제정책에도 성공, 재임 기간 국민소득을 1백69달러에서 3배 가까운 5백2달러로 올려놓았다.
이번 몰디브사태에 인도와 스리랑카가 파병을 결정한 것은 6년 전부터 시작된 스리랑카에서의 타밀족 분리 운동으로 인도 군이 스리랑카에서 스리랑카 정부군과 함께 이들과 계속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몰디브사태는 LTTE의 개입으로 인도·스리랑카와 대타밀간의 분쟁이 외딴 섬나라로 옮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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