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탈출엔 자전거가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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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오염 배출 없고, 작고 간편한 데다 소음도 없는 자전거.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7일 보도했다. 런던.파리.시카고.보고타와 서울이 최근 자전거를 교통 정책에 적극 활용한 도시로 꼽혔다.

콜롬비아 보고타시는 1998~2000년 자전거 위주로 교통 정책을 바꿨다. 출퇴근 시간 자동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300㎞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그러자 0.1%에 불과하던 자전거 출퇴근 인구가 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승용차 출퇴근 인구는 17%에서 13%로 줄었다. 엔리크 페냐로사 전 보고타 시장은 "처음에는 거세게 반발하는 운전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으며, 탄핵위기에 몰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그 뒤 변화를 체험한 시민들이 정책에 만족하게 됐고, 도로 건설.유지 비용 수억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예상치 않게 자전거 이용이 늘어난 곳도 있다. 런던시는 2003년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줄이기 위해 혼잡통행세를 도입했다. 그러자 자전거 이용이 28% 증가했다. 시민들의 평균 자전거 이용 거리는 두 배로 늘었다. 교통 흐름이 빨라지고 시내로 인구 유입도 많아져 매출 감소를 우려했던 상인들도 걱정을 씻었다.

시카고시는 미국 대도시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전거 정책을 펴고 있다. 시는 경찰과 긴급 의료인력도 자전거 이용 확대에 동참시킬 계획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누구나 공짜로 탈 수 있는 '무료 자전거'를 도입했다. IHT는 또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인근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자전거를 선호하는 것은 저렴한 비용과 효율성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자전거는 이 나라 통행 수단의 25%를 차지하지만 관련 예산은 도로 관련 예산의 6%에 불과하다. 자전거 이용이 늘면 교통사고가 준다는 조사도 나왔다. 런던시 교통국 관계자는 "자전거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 뒤 교통사고는 절반으로 줄었다"며 "자전거와 자동차가 도로를 공유하면 자동차 속도가 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선진국에선 자전거 이용이 증가하는 데 반해 개도국에선 거꾸로 줄고 있다. '자전거 대국'이던 중국과 인도는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라 자동차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랜 전통이던 자전거 출퇴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베이징 직장인의 60%가 자전거로 출퇴근했으나 지금은 20%를 밑돌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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