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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가 던진 군 동성애 이슈, 보혁논쟁 재점화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동안 잠잠하던 군 동성애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정치권 보혁 논쟁으로 재점화될 조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성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다.

“성 정체성에 혼란 … 화장 많이 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직격탄 #한국당, 보수 지지층 결집할 호재 #민주당, 비판 기조 속 이슈화 경계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임 소장을 겨냥해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분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입장이었지만 화장을 많이 한 모습”이라며 비난했다. 이에 임 소장은 “공당의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시정잡배가 한 소리인지 믿기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설전은 정치권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김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운운 발언은 한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김 소장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힘을 실었다.

이에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임 소장이) 자신의 민감한 부분이 꼬집힌 데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우리는 이해한다”며 “거창한 양심도 아니고 성적 취향을 이유로 한 병역 기피자가 군 개혁을 운운하는 데 대해 늘 안보를 걱정하는 우리당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재차 공격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와 한국당이 임 소장을 공격한 것은 1차적으로 임 소장이 공개한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치적 프로파간다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동성애가 정치권 보혁 구도를 가늠하는 대표적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슈 자체가 워낙 민감한 데다 성향에 따라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슈다.

그동안 여야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 군형법 92조 6항을 놓고 샅바 싸움을 벌여 왔다.

민주당은 19대 국회 때 진선미 의원(2014년)과 김광진 의원(2016년) 등이 나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등의 개정을 시도했지만 보수 정당의 반발에 막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해 5월 군 형법 92조 6항을 아예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견이 엇갈려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당 측은 진보 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이 확산되더라도 불리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복무기간 단축과 대체복무제 논란까지 더해지면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를 다시 끌어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제1야당인데도 지방 선거 패배 후 수개월째 무기력감에 빠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국이 보혁 구도로 재편되는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우리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1일 국방부로부터 군내 성 군기 관련 사고와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 복무기간 단축 등에 대한 관련 보고를 받는 등 안보 이슈에 관한 한 보수 색채를 뚜렷이 하겠다는 기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권은 김 원내대표 발언을 비판하지만 군 동성애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31일 임 소장을 옹호하는 브리핑도 수위 조절에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동성애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도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지난해 4월 25일 열린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략을 약화시키는데 (견해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홍 후보가 “그래서 동성애에 반대하십니까”라고 묻자 “반대하죠”라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군 동성애는 북풍과는 결이 다르다. 군 동성애 문제는 중도나 젊은층도 신중히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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