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의 미니시리즈『우리 읍내』|「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 꼬집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과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MBC-TV 미니시리즈『우리 읍내』(송지나작·김종학 연출)는 이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권력과 법 앞에서 어떻게 무시당하고 희생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오늘 이 자리」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을 지으려는 서울의「힘센 사람」에게 읍 공유지가 넘어가는 바람에 생존권을 위협 당하게된 영세상인들이 시위를 벌임으로써 드라마의 갈등은 시작된다.
대자본의 무자비한 이윤추구과정에서 많은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비극. 그 배후에는 평소 읍민의「하인」임을 자처했던 읍장이「주인」을 철저히 배반하고 낯선자들의 편에서는 역리가 숨어있었다.
「민중의 지팡이」를 자임하는 경찰은 어떠했나. 그들은 삵의 터전을 되찾기 위해 읍장에게로 몰려가는 상인들을 전 경찰력을 동원해서 저지한다.
결국 읍장은「하인」이 아니라 부자의 하수인이며 경찰은「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몽둥이」였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마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부정한 결탁에 의해 다수가 피해를 당하게되는 구체적인 현실에 직면하자 권력과 실정법은 약한 다수를 탄압하게 되떠 강자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한 사회를 다스리려면 군인이든 경찰이든 힘있는 집단과 척척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읍장동생의 주장은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현실 속에서 강한 설득력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경찰이 시위진압에 총동원된 사이에 발생한 또 다른 사건인 택시강도는 권력의 폭력성을 알리는 계기로 등장한다.
경찰은 동네 불량배를 다그쳐서 얻은 신빙성 없는「제보」하나만을 근거로 김만수를 「불법감금」하며 물 고문과 구타 등 가혹행위를 거듭한 끝에 택시강도의 억지자백을 받아낸다.
이 과정에서 서장은「전체경찰의 권위를 위해서」물 고문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는 부하직원의 입을 다물게 한다.
한마디로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은폐·조작과정과 유사한 충격적인 음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풀이 되고있다·
이 드라마는 검사와 국선 변호사의 피의자에 대한무성의한 자세도 결과적으로 진실의 은폐에, 일조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부조리는 치밀하게 맞물려 있으며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판단을 시청자 스스로가 내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짓밟힌 인권과 생존권을 회복하려는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 그리고 양심의 가책으로 고민하는 젊은 경찰관들의 모습에서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권력을 가진자들의 허위의식을 코믹터치로 폭로함으로써 무거운 주제로 인한 시청자들의 중압감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이하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