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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와서 첫 멀티홈런 … 거꾸로 흐르는 추신수의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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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역전 3점 홈런을 친 뒤 엘비스 앤드루스(왼쪽)와 하이파이브 하는 추신수(가운데). [AP=연합뉴스]

역전 3점 홈런을 친 뒤 엘비스 앤드루스(왼쪽)와 하이파이브 하는 추신수(가운데). [AP=연합뉴스]

‘추추트레인’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걸까.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홈런이 늘고 있다. 데뷔 후 첫 30홈런 고지 등정도 바라본다.

애리조나 상대로 역전포·쐐기포 #발사각 높이고 노려친 게 주효 #30대 중반에 첫 30홈런도 기대

추신수는 31일(한국시각)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2개를 때렸다. 두 타석에서 삼진과 2루 땅볼로 물러난 추신수는 0-1로 뒤지던 5회 초 2사 1, 2루에서 좌완 로비 레이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19호. 7-5로 앞선 8회엔 맷 안드리스를 상대로 좌중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5타수 2안타·4타점·2득점. 추신수가 한 경기에서 2개 이상의 홈런을 친 건 통산 10번째다. 2013년 텍사스 이적 후엔 처음이다.

추신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2개(2010, 15, 17년)다. 올 시즌엔 그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산술적으로는 30개도 가능하다. 동양인 메이저리거 중에선 마쓰이 히데키(2004년, 31개)만이 30홈런 이상을 쳤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떨어지는데도 홈런이 늘어난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홈런이 늘어난 건 발사각이 큰 타구를 많이 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추신수의 타구를 발사각에 따라 분류하면 10~20도 구간이 가장 많았다. 20~30도 구간의 타구는 10% 정도였는데, 올해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발사각이 큰 타구는 안타가 될 확률이 땅볼 때보다 낮다. 하지만 장타가 나올 확률은 높다. 추신수는 타격 자세를 고치면서 발사각을 높이려고 애썼다. 송재우 위원은 “2루수 방면 땅볼이 줄었다. 홈런을 때리겠다기보다는 강한 타구, 멀리 가는 타구를 많이 치려고 애썼고, 그 노력의 부산물이 늘어난 홈런”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노려치기다. 추신수는 지난해부터 초구, 2구 때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른다. 상대가 어떤 공을 던질지 투구 패턴을 많이 연구한 덕분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최근 두 시즌, 초구를 쳤을 때의 타율은 0.453(234타수 106안타)이다. 홈런은 전체(42개)의 절반 가까운 20개다. 송재우 위원은 “상대 투수의 구종을 예측하고 노리는 기술은 추신수의 경우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다. 상대가 몸쪽으로 노리고 던져도 주저하지 않고 때려낸다”고 분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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