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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폭염 ‘94년 7월’과 ‘16년 8월’ 합친 최악의 조합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라본 파란하늘에 뭉게 구름이 펼쳐져 있다.변선구 기자.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라본 파란하늘에 뭉게 구름이 펼쳐져 있다.변선구 기자.

7월 중순부터 폭염이 이어진 데 이어 다음 달에도 평년 기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올여름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폭염이 극심했던 1994년 7월과 2016년 8월이 합쳐진 '최악의 조합'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기상청은 30일 서울을 기준으로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폭염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한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가 티베트 고기압이 그 위를 모자처럼 덮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쪽에서 한기가 내려오거나 남쪽에서 태풍이 와야 이를 깨뜨릴 수 있는데 현재로써는 그런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10호 태풍 ‘암필(AMPIL)'부터 제12호 태풍 ‘종다리(JONGDARI)'까지 최근 발생한 태풍들은 북태평양고기압을 뚫지 못하고 모두 한반도를 비껴갔다. 그만큼 폭염에 영향을 주는 고기압 세력이 한반도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7월 폭염일수는 29일까지 전국 평균 13.8일로 평년(3.7일)을 크게 초과했다. 같은 기간으로는 1994년 17.6일에 이어 가장 많았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를 말한다. 열대야일 수도 7.1일로 94년(8.9일) 이후 가장 많았다.

2016년 최악의 8월 폭염 반복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폭염이 이런 기세를 이어간다면 다음 달에는 2016년 8월 수준의 무더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의 경우 7월에는 평년 수준의 기온을 기록하다가 8월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16.7일의 폭염일 수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8월 기후전망’에서 다음 달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이 많겠고, 기온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기상청은 31일과 다음 달 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폭염을 예고했다.

지난 29일 열대저압부(TD)로 약화한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에 동풍을 몰고 오면서 동해안 지역은 폭염이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서쪽 지역에는 폭염을 강화했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 건 ‘푄 현상’ 때문이다. 푄 현상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동쪽에서 유입된 습한 공기가 동해안 지역에는 비를 뿌렸지만, 태백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건조해지고 데워진 공기가 서쪽 지역의 폭염을 더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동풍이 불면 건조하고 상층의 깨끗한 공기가 내려오기 때문에 가시거리가 넓은 청명한 날씨를 보이지만, 습기가 없는 만큼 더 빠르게 달궈지는 특성이 있다”며 “다음 달 1일까지는 동풍의 영향으로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38도에 이르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 종다리 31일 부활할 수도 

태풍 종다리 예상 이동경로. [기상청 제공]

태풍 종다리 예상 이동경로. [기상청 제공]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종다리'가 다시 태풍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은 “종다리가 현재 일본 규슈 남쪽 해상에 있는 저기압성 회전력과 합쳐지면서 31일 밤부터 다음 달 1일 사이에 태풍으로 재발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태풍으로 발달해도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은 작지만, 제주 남쪽 해상을 중심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상청과 국회 강효상·송옥주 의원이 공동주최한 '폭염 대응 토론회'에서는 기상청의 폭염 예보와 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현재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일 때는 폭염 경보를 발령하지만, 앞으로는 40도나 45도 이상의 ‘슈퍼 폭염’도 예상되는 만큼 폭염과 폭염 특보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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