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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씨 왕조 위해 핵 개발…주변국 위협 대응 차원의 남아공과 달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93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한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지난 1993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한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82)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완전한 체제 보장이 이뤄지기 전까지 김정은은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다.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1989~94년) 남아공 비핵화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석방을 이끈 공로로 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날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에게 핵 무기는 김씨 왕조를 유지시키기 위한 협상 카드”라며 “북한(정권)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김씨 왕조의 이해 관계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김정은은) 핵 폐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재임 시절 추진했던 80년대 말 남아공의 비핵화 과정을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89년 비핵화 당시 남아공은 소련과 쿠바군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핵 무기를 개발했다”며 “하지만 소련이 붕괴하고 앙골라에 주둔하던 쿠바군이 철수함에 따라 (남아공은) 핵 역량을 폐기했다. 지금의 북한과는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왼쪽),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구 소련 대통령과 노벨평화상 관련 행사에 참석한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가운데). [AP=연합뉴스]

지난 2012년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왼쪽),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구 소련 대통령과 노벨평화상 관련 행사에 참석한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가운데). [AP=연합뉴스]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또 “당시 남아공의 가장 큰 과제는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비핵화 문제 역시 민주적 협상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힘썼다”며 “궁극적으로는 남아공이 (핵 무기 폐기를 통해) 최대한 빨리 국제 사회에 편입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핵 무기 폐기는 남아공이 국제사회에 합류하는 과정을 촉진시켰다. 또 (핵 폐기를 통해) 핵 무기 개발 및 보유에 들었을 비용 역시 상당히 아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북한 핵 폐기 과정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모든 핵 무기가 파괴되고, 핵 물질이 감시·통제되기 위해선 IAEA가 (비핵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며 “(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통제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조언을 하길 바라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협상에 참여한 이들에게 ‘북한에 체제 보장을 제공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와 동시에 제재 해제 및 국제사회 편입에 따른 엄청난 장점을 (북한에) 강조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국제사회에 편입된)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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