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수용키로…강정마을 주민투표서 결정

2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국제관함식 개최 수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강정마을회 제공=연합뉴스]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해군 제주기지)이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국제관함식 개최에 찬성했다.

2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는 이날 마을회관에서 오는 10월 예정된 국제관함식 개최 수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한 결과 투표 참가자 499명 중 77.2%인 38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62표(13.8%)이고, 무효표는 2표다.

이번 주민투표는 향약상 강정마을에 5년 이상 거주한 만 2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했다. 투표 대상 전체 주민은 1100여 명이지만, 부재자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주민은 8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됐다.

강희봉 마을회장은 “오늘 주민투표를 통한 결정이 진정 강정마을 발전과 주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부 반대 주민이 지난 3월 마을 임시총회에서 국제관함식 거부 결정이 났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분명 상황 변화가 있었다”라며 “그에 따라 감사들이 향약을 검토한 결과 주민투표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5일 ‘강정마을 주민투표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제관함식은 계획대로 제주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앞서 강정마을회는 지난 3월 30일 임시총회에서 갈등과 아픔이 치유되기 전에 군사적 행사를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그러나 지난 18일과 24일 청와대 사회수석과 정무수석이 잇따라 강정마을을 찾아 재논의를 요청하면서 26일 임시총회를 통해 주민투표를 하게 됐다.

2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국제관함식 개최 찬반 투표 후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다만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가 청와대 발표 다음 날 국제관함식 제주 유치 계획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 상태여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반대주민회는 당시 “주민투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마을총회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총회 결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또한 반대주민회는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과 함께 오는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예고했다.

이들 단체는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군사력 과시의 장으로 만들 해군의 국제관함식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10월 10일부터 14일 예정된 국제관함식은 국가 통수권자가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들의 군기를 검열하는 해상사열식으로, 10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올해는 건군 70주년을 맞아 30여개국 해군총장급 대표단과 외국 함정 20~30여척이 참가한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