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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대안 없이 반대 맙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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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4일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방과 후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과 182개 지역교육청 교육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방과 후 학교 확산을 위한 교육감.교육장과의 열린 대화'에서다.

노 대통령은 "임기가 2년도 안 남았는데 투자를 얼마나 하겠느냐고 말하겠지만 내가 예산을 두 번 짜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내 임기 중에 완벽하게 해결을 못 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돌이킬 수 없도록 그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등교육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획예산처에서 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참석한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직접 지시했다. 이와 함께 방과 후 학교를 비난해 온 전교조를 겨냥한 듯 "다른 대안이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하겠지만 대안 없이 흔들고 반대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방과 후 학교가 성공하면 현재 70%가 넘는 초.중.고생의 사교육 비율이 2010년께는 49%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일선 학교에서 정규 수업의 질과 내용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방과 후 학교라는 보충교육을 통해 공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발언록.

◆ "2대 공적이 있다"=집값과 사교육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서민들의 휜 허리가 펴질 수 없다. 부동산은 서민들에게 부담이고 거품이 들어가면 경제 전체를 위험하게 한다. 사교육비도 그렇다. 기쁜 마음으로 일터에 나가야 하는데 아이들 사교육비를 위해 일하러 간다는 것은 즐겁지 않은 일이다. 집값과 사교육비, 이 2개의 공적을 참여정부에서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임기 중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돌이킬 수 없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세계 최고 경쟁력이다"=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교육이 성공했다. 세계에서 권위 있는 평가를 받아 보면 한국이 5등 안에 들어가 있다. 한국 교육이 경쟁력 세계 최고라고 말해도 된다. 하지만 고2, 고3에 가면 무너지기 시작하고 대학 가면 5등을 못한다. 학교에서 자기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이 대학에 가는 가장 큰 열쇠가 돼야 우리 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다.

◆ "망하자는 거냐"=공교육이 없어진 곳에 선생님에 대한 무슨 존경, 보람이 있겠나. 어쨌든 공교육을, 학교를 살리자. (방과 후 학교를) 교사가 못하겠다고 하면 어찌해야 하나. 망하는 수밖에 없다. 망하자, 이 말밖에 없다. 방과 후 학교는 문제점과 약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거라도 갖고 가자. 다른 대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 그러나 대안 없이 흔들고 반대하지 말라.

◆ "돈 대겠다"=교육을 위한 투자는 창의성을 키워주고 사람의 품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교육이야말로 투자 효과가 제일 크다. 투자하겠다. (교육 예산을) 아예 줄이지 못하도록 들통이 아니라 파이프에 줄을 달아놓겠다. 단기적으로 필요한 돈은 교육부 안에서 옮겨 1차적으로 써라. 고등교육 예산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기획예산처 장관이 돈을 내놓아라.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하겠다. 과학기술 투자도 국채를 발행했다. 방과 후 학교도 투자이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투자하겠다. 같이 한번 성공시켜 보자.

강홍준 기자

◆ 방과 후 학교 = 1996년 이후 학교별로 실시되던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 보충수업을 통합한 학교 형태. 학교장이나 학부모회, 비영리단체가 운영 주체다. 학부모들이 수업료를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운영된다. 무학년제, 수준별로 수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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