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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이름 없는 별’ 왜 52개서 18개로 줄었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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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호 08면

20일 국가정보원 청사 벽면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 [뉴스1]

20일 국가정보원 청사 벽면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이름 없는 별(Unsung heroes).

문 대통령 첫 방문 때 조형물 제막 #이병호 전 원장 “공적 제대로 평가” #52명서 재직 중 숨진 요원은 제외 #설립 71년 된 미 CIA엔 별 129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가정보원 내곡동 청사에서 입에 올린 문구다. 국가안보를 위해 산화했으나 그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정보 요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오늘 국정원을 방문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 현관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을 제막한 것”이라며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할지언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의 길을 좇아/조국을 지키는데 헌신하리라’란 글귀와 함께 검은 돌 위에 별이 새겨진 조형물이 공개됐다. 별만 18개였다. 이는 1961년 원 창설 이후 대북·해외 정보활동 과정에서 희생된 요원들이 18명이란 의미였다.

이 숫자는 그러나 내곡동 소식을 접해온 이들에겐 낯선 수치였다. 그간 알려진 건 50여 명이었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직원이었다는 김광호씨가 국정원을 중심으로 한 정보 세계를 그려낸 2012년 소설의 제목이 『52개의 별』이었다. 김씨는 “국정원 안보전시장엔 52개의 별이 대리석으로 조각되어있다”며 “국정원 활동 중 순직한 52명의 넋을 기리는 명패”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왜 숫자가 줄어든 걸까. 국회 정보위 간사인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실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가정보원장인 이병호 원장의 결정 때문이다. 이 원장은 별로 새겨진 50여 명의 사연을 듣곤 “공적(功績)을 제대로 평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재직 중 숨진 요원은 제외하고, 임무 공작을 하거나 특별공작을 하다가 숨진 이들로 국한하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1996년 10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근무 중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피살당한 최덕근 영사 같은 경우만 남았다는 얘기다. 최 영사는 피살될 무렵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병호 원장 지시 후에 안보전시장에 있던 전시물을 바꿨다고 하더라”며 “이번에 내곡동 청사 본청에도 새로 설치했고 대통령 행사를 치른 것”이라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부 본부 ‘추모의 벽(아래 사진)’을 배경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 중앙정보부 본부 ‘추모의 벽(아래 사진)’을 배경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 버지니아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로비에 있는 추모의 벽. [CIA 제공]

미 버지니아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로비에 있는 추모의 벽. [CIA 제공]

미국 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CIA)에도 유사한 조형물이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로비에 있는 ‘추모의 벽(Memorial Wall)’으로 비밀 작전 중 희생된 이들을 흰 석판 위에 별로 새겼다. 1947년 기관 설립 이래 올 6월까지 모두 129개로, 올해에도 4개의 별이 추가됐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했듯, 미국 대통령들도 종종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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