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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서 죄송합니다” 택배로 배달된 돌덩어리에 담긴 사연

중앙일보

입력

아이린양이 기념품으로 가져갔다 택배로 돌려 보내온 2개의 거제 학동해변 몽돌.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제공=뉴스1]

아이린양이 기념품으로 가져갔다 택배로 돌려 보내온 2개의 거제 학동해변 몽돌.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제공=뉴스1]

국립공원관리공단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택배 하나를 받고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 미국 뉴저지에 사는 아이린(13‧여)양은 거제 학동 해변의 몽돌 2개를 담은 택배를 보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몽돌을 가져가서 죄송합니다”라는 편지와 함께였다.

아이린양은 여름방학을 맞아 부산 외할머니댁에 놀러 왔다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인 경남 거제 학동 몽돌해변에서 옥빛 몽돌 2개를 기념품으로 가져갔다.

이를 알게 된 아이린양의 어머니는 아름다운 돌이 만들어지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린양은 몽돌을 제자리에 돌려놔야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떠나기 전 사무소로 택배를 보낸 것이었다.

사무소 측은 26일 아이린양이 보낸 편지 내용을 공개하고 조그마한 기념품과 함께 “학동을 찾아줘서 고맙다.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돼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거제도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자료사진. [중앙포토]

거제도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자료사진. [중앙포토]

학동 몽돌해변은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에 위치한 폭 30~50m, 길이 2km의 한국 최대 자갈 해빈 중 한 곳이다. 파도에 의해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가 유명해 환경부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동 몽돌이 자연적, 인위적 요인으로 해마다 줄고 있어 마을 주민들과 공단이 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재성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해양자원과장은 “아이린양의 간절한 마음이 공원관리자들에게 몽돌의 소중함과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며 “앞으로 몽돌 돌려주기 캠페인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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