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중동"…한미합작영화 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최근 영화계 한쪽에서 일본과의 영화합작 추진이 조용하면서도 활발하게 일고있다.
팀 포커스 등 3∼4개 영화사가 이미 시나리오까지 완성해놓고 정부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 밖에 5∼6개 영화사대표들이 일본측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공산권개방정책에 힘입어 일본 쪽에도 곧 문호가 개방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또 일본과의 영화교류를 일본영화 수입에 앞서 합작단계부터 거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이 멀지 않아 시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화사 팀 포커스(대표 박상호)는 이미 한국 측의 박옥상씨와 일본측 국도륭삼씨 등의 한일합작 시나리오 『의사 안중근과 일본인』을 일본영화사 파이스트 필름과 구체적인 합작계획서까지 마련해놓고 정부당국의 허가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 영화사는 또 한일 양국의 관계기관·유명인사들로 자문위 회원를 위촉하고 국내 각 사회단체에 기획서를 보내 자신들의 계획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할 이상언 감독은 『자라나는 두 나라의 2세들에게 불행했던 과거사를 올바르게 인식시켜주기 위해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히고 『일본영화인들도 참여시킴으로써 두 나라의 상호신뢰와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안중근…』은 한일 배우를 고루 출연시키고 기술을 공동투자해 약20억원을 들여 완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영화사 대동흥업(대표 도동환)도 이미 한운사 원작을 윤삼륙씨가 각색한 시나리오 『아로운』을 완성, 정부에 제작신고까지 해놓고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장일호 감독이 연출할 이 영화는 한일 양국배우들을 출연시켜 지난 61년 개봉됐던 영화 『현해탄은 알고있다』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할 계획이다.
영화사 양전흥업(대표 강대선)도 이미 한일양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갈등을 담은 시나리오 『가교』(이형우)를 만들어놓고 일본의 송죽영화사와 기본적인 합작계획에 합의했다.
이밖에 키네마 서울(대표 문여송 감독) 등 5∼6개 영화사들이 일본과의 영화합작을 설계하고 본 영화사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있다.
문공부 당국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잘라 말하고 『국내 여론이 현재까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같은 여론이 바뀔 때 가서나 한일합작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