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노회찬(61)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38분 서울 신당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가 아파트 현관 앞에 숨진 채 쓰려져있는 노 원내대표를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과학수사대 요원 등을 투입해 현장을 정밀감식 중이다.
투신한 곳은 노 의원 어머니가 사는 곳
이 아파트는 노 의원의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 계단에서는 노 원내대표의 외투와 신분증,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초 신고를 한 경비원 김모씨는 “재활용을 하는 날이라 분리수거 정리를 하던 중 소리를 듣고 처음 발견했다. 소리를 듣고 가보니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가 분리수거를 하던 곳은 노 원내대표가 숨진 현장에서 약 20m 정도 떨어져있다. 김씨는 “일한지 몇개월 밖에 되지 않아 노회찬 의원이 사는 줄도 몰랐다”며 “최초 발견 당시에도 노 의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넘게 이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내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소방차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인 80대 이모씨는 “처음에는 소방차가 오길래 불이 난 줄 알았는데 뉴스를 보고 노회찬 의원이 숨진 걸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모(45)씨는 “약수동 쪽에 큰 아파트가 없어 뉴스를 보는 순간 이 아파트인줄 알고 잠깐 나와봤다. 돈 문제로 그런 선택을 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특검 수사 선상에 올라있었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 5당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고 22일 귀국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부검은 않기로
한편 노 원내대표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이날 경찰과 유가족에 따르면 조사가 끝나는대로 노 의원의 시신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옮겨기로 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쯤 노 의원의 시신을 싣은 구급차가 사고 현장인 아파트를 빠져나왔고, 오후 1시30분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경찰은 노 원내대표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유족들이 원치 않고 사망에 의혹이 없어서 따로 부검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유서도 유족들이 절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서가 (노 전 원내대표의) 자필 유서인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조한대·이태윤·홍지유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