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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 한 개뿐…환영행사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뉴욕도착>
방미 길에 오른 노태우 대통령은 16시간의 비행 끝에 17일 오후 5시30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18일 오전6시30분) 뉴욕 케네디 공항에 안착해 「클라크」미 국무성 동아태 담당부차관보·「릴리」주한 미대사 및 「트레이머」유엔본부의전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노대통령은 약 10분간의 공항환영행사 동안 마중 나온 교포 20여명 및 현지 공관원, 미국 및 유엔본부 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곧장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직행.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17일 오전 7시30분 LA공항에 기착,「톰·브래들리」시장과 김기수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등의 영접을 받고 공항구내 대한항공귀빈실로 자리를 옮겨 「브래들리」시장과 서울올림픽 등을 화제로 약 15분간 환담.
「브래들리」시장은 이 자리에서『서울올림픽의 성공을 축하하며 올림픽기간 중 미국에 대한 한국민의 성원에 감사한다』면서 『서울올림픽의 성공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 졌으며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인사.
노대통령은 이에 『우리는 북방정책이 진전됨에 따라 머지 않아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유엔연설에 알맹이가 있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
한편 LA공항과 뉴욕 공항에 노대통령을 영접 나온 교포들은 한결같이 『서울올림픽의 성공으로 재미동포들도 이제 미국인들 앞에 떳떳이 가슴을 펴고 나설 수 있게됐다』며 『2, 3세대들에게서 잊혀져가던 조국이 다시 그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나온 것은 큰 성과』라고 올림픽성공에 감사를 표시.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마중 나온 현지 교민대표 14명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는데 교민대표 김경원양과 최승미양이 『서울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돌아왔다』고 하자 『큰 일을 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격려.
이날 공항에는 교민대표들만 나오고 대한항공 LA지사 직원들이 「노태우 대통령 미합중국 방문환영」이라는 플래카드만 들고 나왔을 뿐 종전과는 달리 요란한 환영행사가 없어 이채.
노대통령은 이어 대한항공귀빈실에서 가진 교민대표들과의 조찬겸 간담회에서 재미동포들이 건의한 교민청 신설문제와 관련, 『현재 본국정부에 행정개혁위원회가 설치되어 행정기구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동포들과 본국정부가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능을 연구중이니 기대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교민들로부터 『본국의 민주화 노력과 관련, 양심수석방에 과감한 결단을 내려달라』는 건의를 받고 『잘 알겠다』고 대답했고 2세 교육을 위한 본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건의에 대해선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대한 지원토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약 2시간동안의 LA일정을 마친 뒤 뉴욕으로 향발.

<방미기상>
노대통령은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도중 수행원과 기자석을 돌아보면서 『짧은 시간 내에 힘든 여행을 함께 하게 됐다』며 『나 자신도 자료 챙기랴 고단하기는 하지만 보람은 있을 것』이라고 격려.
노대통령은 『평양방문 제의에 북한측의 1차 반응이 환영한다니 괜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실제는 「환영」쪽보다 「조건」이 더 크고 까다로운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
그러면서도 노대통령은 『북한의 그 같은 반응은 뭔가 고비에 서서 하는 몸부림 같다』며 『우리가 그런 사정을 이해하고 좀 참아주면 슬슬 분위기가 잡힐 것으로 보고 때를 기다리겠다』고 언급.
노대통령은 『흐르는 역사에 뒤따라가지 않고 앞서간다는 자세만가지면 북방외교·남북한 문제 등 모든 게 잘 풀려갈 것』이라고 낙관.
노대통령은 이어 기내집무실에서 공식수행원 등 참모들과 기상회의를 가진 뒤 밤 11시 (LA시간)에 취침해 18일 아침 6시에 기상.

<서울공항 출국>
노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헬기로 서울공항에 도착, 이현재 국무총리와 김용갑 총무처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로 청사2층에 올라가 김재순 국회의장, 이일규 대법원장, 민정당의 윤길중 대표위원 등 10여명 내외로 한정된 환송요인들과 악수를 나눈 뒤 바로 DC-10 특별전세기에 올라 낮 12시45분쯤 출발해 공항행사에 소요된 시간은 단 5분.
대통령이 헬기로 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이날 서울거리에는 「안녕히 다녀오십시오」라는 환송아치도 세워지지 않았고 연도에 시민이나 학생들이 동원되지도 않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이 같은 간소한 의전절차는 노대통령이 직접 관계자들에게 지시해 이루어졌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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