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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어린이집 폐쇄만 하면 뭐하나" 커지는 불안

중앙일보

입력

영아 사망 사건이 일어난 서울 화곡동 어린이집이 폐쇄 수순을 밟는다. 서울 강서구청은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난 21일 "해당 어린이집에 시설 폐쇄 및 원장과 보육교사 자격 정지 관련 통지를 23일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지 후 10일 내 청문회가 열리고, 어린이집 폐쇄와 교사 자격정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아동 학대 정황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의 자질을 더 엄격히 따져보고, 잘못했을 경우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화곡동 어린이집’ 키워드로 22일 현재 40개 이상의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은 영아 사망사건 피의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이다. 강서구 맘카페 등에도 “3개월마다 교사 인성검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해당 어린이집이 폐업해도 원장은 다른 곳에서 또 어린이집을 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33개월 아들을 둔 최모(28)씨는 “매번 사고가 일어났다는 기사만 보지, 후속 조치에 대한 내용은 듣지 못하니까 불안하다”면서도 “교사의 과거 이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일단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19일 화곡동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 관련, 강서경찰서와 강서구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현장조사를 마치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정연 기자

지난 19일 화곡동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 관련, 강서경찰서와 강서구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현장조사를 마치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정연 기자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가 업무 수행 중 영유아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장‧교사에 대해 자격정지‧자격취소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 구청장은 아동학대 행위가 있었던 어린이집에 대해 어린이집 운영정지나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반복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대책 뿐만 아니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행정적‧법적 조치 등 포괄적인 대책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학대 교사가 또 다시 어린이집을 열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원장과 보육교사에 대한 이전 처벌 내역 조회, 폐쇄회로TV(CCTV) 실시간 열람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아동센터 이명숙 변호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과도한 사생활침해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거나 국민 대다수가 동의해 법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차라리 다시는 영업을 못 하게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관리를 보다 세심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보수교육에는 어린이집 원장‧보육교사 모두에 대해 아동학대 예방, 보육교사의 인성 함양(영유아 인권 보호 교육 등) 교육이 있지만 아동학대 사건의 발생을 막지는 못해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걸러져야 하고, 힘든 근무여건에서 소진되는 교사들의 심리 치료, 교육에 힘을 쓴다면 현장에서 보육에 더 힘쓸 수 있을 것”이라며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관리‧지원을 강조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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