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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쌩쌩 달리는데 … 호랑이는 기어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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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1, 2위팀 KIA와 두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 SK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두산 김재환. [연합뉴스]

지난해 1, 2위팀 KIA와 두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월 SK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두산 김재환.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두산은 올해도 승승장구다. 독주 체제를 굳히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넘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했던 KIA 타이거즈는 6위로 떨어졌다. 요즘 같아선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희비쌍곡선 그리는 지난 시즌 1·2위 #두산, 시즌 초반부터 선두 독주 #외국인 교체 성공, 유망주도 쑥쑥 #6위 KIA는 가을 야구도 가물가물 #김기태 감독 리더십에 시선 싸늘

19일 현재 KIA는 41승46패를 기록 중이다. 5위 넥센과 승차(1.5경기)가 크지 않아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은 있다. 하지만 지난해 우승팀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종이호랑이’ 신세가 됐다. 8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KIA는 2009년 막강한 선발진과 최희섭·김상현 쌍포를 앞세워 ‘V10’을 달성했지만, 이듬해 5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기태 감독의 ‘동행’ 리더십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지난해 KIA는 투타에서 균형 잡힌 전력을 보여주며 V11을 달성했다. 특히 57승을 합작한 양현종-헥터 노에시-팻 딘-임기영을 필두로 한 선발진의 위력은 막강했다. 이들은 2016년 두산 우승을 이끌었던 ‘판타스틱 4(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에 빗댄 ‘겁나부러 4’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겁나 (좋아)부러’는 ‘매우 좋다’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김기태 KIA 감독. [뉴시스]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김기태 KIA 감독. [뉴시스]

멤버는 그대로지만 올 시즌 ‘겁나부러 4’의 위용은 지난해만 못하다. 양현종은 그나마 128과3분의2이닝(2위)을 던지면서 9승7패, 평균자책점 3.50(5위)을 기록해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헥터는 이튿날 경기에서 5이닝 6실점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성적은 8승6패, 평균자책점 4.64. 팻 딘(2승5패, 평균자책점 6.22)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태고, 임기영도 어깨 부상으로 뒤늦게 1군에 합류해 5승(3선발승) 8패, 평균자책점 5.98에 그쳤다. 팻 딘은 아예 선발진에서도 빠졌다. 조계현 KIA 단장은 “교체도 생각했지만 일단 불펜투수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20일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선발로 예고하는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반등의 여지는 있다. 타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기당 평균 5.61점을 올려 두산(6.37점), LG(5.68점)에 이은 3위다. 팀타율(0.294)도 두산(0.307), LG(0.299) 다음이다. 주전 이명기·버나디나·안치홍·김선빈·김주찬·이범호가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음에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타율이다. 윤석민이 복귀해 마무리를 맡은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아쉽게 우승을 놓친 두산은 초반부터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60승30패(승률 0.667)를 기록 중인 두산은 2위 한화를 8경기 차로 따돌렸다. 2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기세다. 2016년 기록한 팀 최다승 및 최고 승률(93승1무5패, 승률 0.650) 기록에도 도전한다.

두산-KIA 성적 비교

두산-KIA 성적 비교

두산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외국인 투수 니퍼트, 보우덴과 결별했다. 니퍼트는 37세로 나이가 많고, 보우덴은 어깨 부상 탓에 지난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롯데에서 활약했던 조시 린드블럼을 영입하고, 세스 후랭코프를 새롭게 데려왔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린드블럼은 12승(2위) 2패, 평균자책점 2.74(2위), 탈삼진 121개(3위)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새 얼굴 후랭코프도 개막 이후 신기록(13연승)을 달리며 다승 1위(13승 2패, 평균자책점 3.86)를 달리고 있다.

새로운 유망주 투수가 많다는 것도 두산의 강점이다. 이영하(21)·박치국(20)·곽빈(19) 등 젊은 투수들을 중심으로 마운드를 개편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마무리 함덕주도 믿음직하다. 5승 2패 2홀드 1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하며 두산의 뒷문을 단단히 잠근다.

타선의 화력도 여전하다. 지난해 KIA, 2015년 삼성이 기록했던 역대 팀타율 1위(0.302)를 넘어선 0.307을 기록 중이다. 장타력도 무시할 수 없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 4위(113개)를 달리고 있다. 2루타(187개)는 2위, 3루타(25개)는 1위다. 골칫덩이 지미 파레디스(21경기 타율 0.138, 1홈런)가 부진해 사실상 외국인 타자 없이 전반기를 보냈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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