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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적중 땐 2000만원 달라” … 우정사업본부 문제 유출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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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는 21일 공무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을 앞둔 우정사업본부에서 시험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의혹 제기 이틀이 지난 18일에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 늑장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서 제안 글, 뒤늦게 수사 의뢰 #우본 “유출정황 없어 21일 시험 진행”

지난 16일 우체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주로 가입하는 한 네이버 카페에서 한 네티즌이 “출제위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돈을 주면 19일에 우정사업본부 시험지를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며 문제지 유출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글쓴이는 “이 사람은 지역별로 1~2명에게만 문제지를 주기로 했으며 실제 시험에서 문제가 일치했을 경우에만 돈을 지불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지 제공을 제안한 사람은 글쓴이에게 사례비로 1000만~2000만원을 제안했다. 제안을 한 사람은 “다음날 오전까지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여러 명의 시험 준비생들이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고 증언하기 시작했다.

같은 제안을 받은 또 다른 네티즌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예상 문제나 모의고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접근해왔다”며 “카카오톡에 증거를 남기기 싫은지 문제 유출 계획에 관해 전화로 설명해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람은 자신이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증거로 공개했다.

공시생들은 “본 시험을 치른 다음에 문제가 적중한 경우에만 돈을 달라고 제안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실제로 문제가 유출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의혹이 커지자 17일 우정사업본부는 실제로 문제 유출 정황이 있는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날 우정사업본부 채용 공고 홈페이지에 “최근 인터넷에서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신고됐다”며 “시험 출제위원·관계자를 사칭하는 사람과 접촉한 경우 연락을 달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우본은 18일에서야 세종경찰서에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다.

우본 관계자는 “21일 예정된 시험 문제를 낸 출제위원들은 현재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이 금지된 곳에서 합숙 중”이라며 “카페에서 의혹을 제기한 글 외에는 문제지 유출 정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본은 정확한 문제 유출 정황이 포착되지 않는 이상 21일 시험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평균 경쟁률 80대 1에 달하는 우정사업본부 9급 공무원 채용 시험은 2008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총 178명을 공개 채용할 예정으로 필기시험(7월 21일), 면접시험(10월 6일)을 거쳐 10월 11일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공무원 채용 시험 문제가 유출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청주시 산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신규 채용 과정에서 김호일 전 재단 사무총장이 6월에 실제로 시험에 응시한 한 일간지 기자에게 사전에 문제와 모범 답안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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