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오산 폭격기 공개 행사 취소···北 눈치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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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에어파워데이에서 전시 중인 B-1B, 당시 이례적으로 폭탄창 내부를 공개했다. [사진 월간 '플래툰']

2016년 에어파워데이에서 전시 중인 B-1B, 당시 이례적으로 폭탄창 내부를 공개했다. [사진 월간 '플래툰']

주한 미 공군이 올해 오산 기지에서 열기로 한 ‘오산 에어파워데이(Air Power Day)’를 취소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에어파워데이는 에어쇼를 겸한 부대 개방행사다. 미국 공군 측은 예산 절감을 위해 올해는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사 일정을 당초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은 현재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북한을 고려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 미군에 따르면 올초 에어파워데이는 9월 22~23일로 예정됐다. 그러나 현재 미국 공군의 주요 행사 일정표에선 에어파워데이 앞에 ‘*’ 표시가 붙어있다. 정부 소식통은 “*는 미확정이라는 뜻이며, 지난 5월 미국 공군이 취소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주한 미 공군이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올해는 행사를 주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한 미 공군은 2012~2015년 4년간 에어파워데이를 열지 않은 적이 있다. 미국 의회의 예산절감 법안(시퀘스터)에 따른 조치였다.

미국 공군은 지난해엔 에어파워데이의 일정조차 잡지 않았지만, 올해는 구체적 날짜까지 잡은 뒤 ‘사정상’ 취소했다. 반면 에어파워데이를 제외한 다른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단순히 예산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공군의 2018년 주요 행사 일정표. 에어파워데이 일정(빨간 네모) 앞에 '*' 표시가 돼 있다.

미국 공군의 2018년 주요 행사 일정표. 에어파워데이 일정(빨간 네모) 앞에 '*' 표시가 돼 있다.

미국 공군은 에어파워데이를 위해 해외 전력을 오산 기지로 가져다 놓는다. 2012년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전시했다. 2016년 행사 때는 B-1B 폭격기를 공개했다. 당시 B-1B는 그해 9월 21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무력시위 차원에서 한반도에 전개됐다. 당초 괌의 앤더슨 기지로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에 남아 에어파워데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2016년 에어파워데이에서 B-1B는 폭탄창을 활짝 열어놨다. ‘이 곳에 엄청난 폭탄을 실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보내는 제스처였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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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미국이 올해 북한을 자극 않기 위해 에어파워데이를 취소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은 앞서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탑재한 에식스함(LHD 2ㆍ강습상륙함)이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을 향해 떠난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의식한다는 해석을 불렀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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