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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 3층 고문변호사실의 저주일까…기로에선 드루킹의 변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드루킹’ 측 변호사가 되면서 법조계에선 “고문 변호사실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다.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3층에 있는 ‘고문 변호사실’의 존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경기 파주시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 3층에는 ‘고문 변호사실’까지 갖춰져 있다. 현일훈 기자

경기 파주시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 3층에는 ‘고문 변호사실’까지 갖춰져 있다. 현일훈 기자

2010년 문을 연 이후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은 출판사가 별도 고문 변호사실까지 운영해 의아했는데, 수사결과 이곳은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를 돕는 변호사들의 집무 공간인 것으로 밝혀졌다.
건물 구조상 바로 아래층(2층)이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숙식을 하며, 불법 댓글작업을 하던 곳이다.

특검팀 첫 타깃된 드루킹의 변호사들 # 오늘 영장심사…구속 등 사법처리 위기 # 출판사 3층 고문변호사실 새삼 주목 # “고문 변호사도 조심해서 해야겠다”

공교롭게도 특검팀은 출범 직후 첫 타깃으로 이곳을 쓴 도모ㆍ윤모 변호사 등을 정했다.
수사개시 이틀 만(6월 28일)에 이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잇따라 소환조사를 했다. 이어 18일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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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변호사는 경공모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주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마치 이 돈을 돌려준 것처럼 ‘돈다발 사진’을 꾸미는 데도 관여했다고 수사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에 대한 신병 확보한 후 정치권 등 ‘윗선’ 수사로의 진입을 계획 중이다.

함께 수사를 받는 윤 변호사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그 역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둘 다 서울대를 나온 사법시험 출신의 엘리트 변호사였지만, 드루킹 김씨의 변호사를 맡은 인연에서 비롯된 여러 활동으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체포된 도 모 변호사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뉴시스]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체포된 도 모 변호사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뉴시스]

지난 2월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이들은 “경공모라는 단체의 취지에 공감해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는 정도로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수사내용을 보면, 이들은 인터넷 불법 댓글조작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
특히 도 변호사는 경공모의 의사 결정 기구인 ‘전략회의’ 멤버 7명 중 한 명으로 드루킹이 벌인 여론조작을 비롯해 이들 일당의 사실상 모든 활동에 관여하거나 법률적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에 따르면 2016년 드루킹의 불법정치 자금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는 수사기관에 위조된 자료(4000만원가량 되는 5만원권 돈뭉치 사진)를 내고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거짓 진술을 지시하는 등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고문 변호사도 잘 알아보고 조심해서 해야 할 것 같다. 협회나 모임에 잘못 빠지게 되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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