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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염에 … 어린이집 차에 방치된 4세 여아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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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7일 낮 12시30분쯤 대구시 중구 약전골목 삼계탕집. 초복을 맞아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치솟았다. 태국에서 온 시타타인움(28·여)씨는 얼굴에 땀을 흘리며 “태국보다 훨씬 더운 것 같다. 대구를 아프리카에 빗댄 ‘대프리카’라는 표현의 뜻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동두천서 7시간 갇혀 있다 발견 #올 들어 온열환자 551명, 4명 숨져 #피서객 몰린 계곡선 잇단 인명사고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56분쯤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앞에 주차된 통원차량 뒷좌석에서 A양(4)이 숨친 채 발견됐다. A양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다른 원생 8명과 차량을 타고 어린이집에 왔다. 하지만 미처 차에서 내리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등원한 지 7시간이 지난 뒤인 오후 4시가 넘어 "아이가 등원하지 않았다”고 A양의 부모에게 연락했다. 이후 "정상 등원했다”는 부모의 말에 아이를 찾아 나섰다가 차 안에서 숨져 있는 A양을 발견했다. 이날 동두천시의 낮 최고기온은 32.2도로 평년(27.6도)보다 4.6도나 높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린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순산터널 부근에서 폭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이 발생해 도로가 30㎝ 이상 솟아올랐다.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린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순산터널 부근에서 폭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이 발생해 도로가 30㎝ 이상 솟아올랐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2시15분쯤 전남 광양시 광양읍 한 공장에서는 근로자 김모(40)씨가 열경련 증세를 보였다. 15일엔 경남 창원시에서 80대 여성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여름(5월 20일 이후) 들어 지난 15일까지 전국적으로 55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4명이 숨졌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285명(52%)의 환자가 나왔다. 사망자 4명 중 3명은 더위에 취약한 70대 이상 노인이었다.

더위를 피하러 갔다가 변을 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50분쯤 전남 구례군 토지면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 김모(67)씨가 빠져 숨졌다. 지난 14일 에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20대 네팔인이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가축도 폐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17일 오전까지 가축 79만2777마리가 폐사해 40억원대 피해가 났다. 닭 75만3000여 마리, 오리 2만6000여 마리, 메추리 1만여 마리, 돼지 3000여 마리 등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폐사한 61만7486마리와 비교해 28.4% 증가했다. 대한양계협회 최영진(51) 영암군지부장은 “닭은 병아리 때는 35도 이상도 견디지만, 털이 완전히 자라 출하를 목전에 둔 시점에는 20도 전후가 한계”라며 “농가마다 비타민제를 먹이거나 물을 뿌리는 등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위는 각종 시설 오작동이나 변형도 일으키고 있다. 14일 오후 1시쯤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동문 유리 쪽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일부 매장에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 기온이 치솟자 유리 부근 온도가 오르면서 센서가 반응한 것으로 백화점 측은 파악했다. 16일 오후에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면 순산터널 인근 편도 3차선 도로에서 균열이 일어나 30㎝ 이상 뒤틀리거나 솟아올랐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폭염을 원인으로 보고 밤새 긴급 보수작업을 했다.

지자체엔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폭염종합지원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또 재난 도우미 2만여 명을 통해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전남도는 무더위쉼터를 지난해보다 633곳 늘린 6174곳 운영하며 얼음과 생수를 공급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기온을 1도라도 낮추려고 물을 도로에 뿌리거나 도심에 안개처럼 분사한다.

폭염은 다음 달 16일 말복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27일까지는 전국에 비 소식도 없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장질환 환자의 경우 서늘한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에어컨을 사용하되 실내외 온도 차이가 너무 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구·동두천=백경서·최모란 기자, 천권필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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