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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석탄,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 유입...58만달러 상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월 북한산 의심 석탄 5000t을 싣고 포항에 입항한 리치 글로리호. [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지난해 10월 북한산 의심 석탄 5000t을 싣고 포항에 입항한 리치 글로리호. [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수 품목으로 정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으로 유입됐다.

해당 선박들, 올해 또 인천 군산 입항 #당국, 검색만 하고 억류는 안해

17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실은 스카이 앤젤호(파나마 선박, 중국 선박으로 의심)와 리치 글로리호(시에리라리온 선박)가 각기 지난해 10월 석탄을 싣고 인천과 포항에 입항했다.

두 선박 모두 러시아 극동 사할린 남부의 홀름스크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 패널이 확인한 결과 해당 석탄은 북한 선박인 능라 2호, 운봉 2호, 을지봉 6호 등이 하역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선박들이 처음 석탄을 싣고 출항한 항구는 북한의 원산이나 청진이었다.

지난해 8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북한이 홀름스크항에서 다른 국적 배로 석탄을 환적하는 방법으로 ‘신분 세탁’을 통해 제재망을 피했다고 전문가 패널은 추측했다.

북한산 의심 석탄 4000t을 싣고 지난해 10월 인천항에 입항한 스카이 앤젤호. [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북한산 의심 석탄 4000t을 싣고 지난해 10월 인천항에 입항한 스카이 앤젤호. [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국제 공조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정부가 조치에 나서기 전에 배 두 척의 수입 신고와 신고 접수가 완료됐고, 배가 도착하는 동시에 하역 처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두 척이 싣고 온 북한산 의심 석탄이 모두 국내 시장에 풀린 것이다. 스카이 앤젤호에는 약 4000t, 리치 글로리호에는 약 5000t의 석탄이 실려 있었다. 전문가 패널은 1t 당 가격을 65달러로 계산했으며, 이에 따르면 한국에 유입된 북한산 석탄은 약 58만 5000달러 상당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세청이 석탄을 수입한 한국 업체를 관세법에 따른 부정수입 혐의로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가 아·태 지역 항만국통제협력체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스카이 앤젤호와 리치 글로리호는 올 2월에도 각기 군산과 인천에 입항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석탄 밀매에 연루된 선박을 압수할 수 있게 했지만, 한국 당국은 해당 선박들을 검색만 했을 뿐 억류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관세청이 해당 선박들을 우범 선박 목록에 올리기는 했지만 당시 검색에서는 위반 사실이 발견되지 않아 압수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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