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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올림픽|서울국제 무용제|헝가리기외르 매혹적 무대에 관객 "심취" 런던컨템포러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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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7년 무용제 보다는 덜 실망스러웠다. 관중동원 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것이 서울국제 무용제를 평가하는 무용평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8월21일 국립발레단의『왕자호동』으로 시작된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서울 국제 무용제에는 헝가리의 기외르 무용단을 비롯한 5개국의 외국무용단과 13개 국내무용단이 참가하여 9월30일까지 총48회의 공연을 가졌다.
국제 연극제로 불러 불붙은 기록적인 관중동원 붐은 무용제에도 번져 총48회 공연에 동원된 관중수가 4만4백15명(서울 국제 무용제 운영위원회 공식집계), 좌석점유율 평균 78%였다.
5개 외국무용단 공연의 경우 좌석점유율 평균 84%, 헝가러 기외르발레는 95%, 영국런던 컨템포러리는 90%였다. 국내 5개 초청단체의 좌석점유율은 66%, 7개 선발단체는 85%였다.
또 관중이 종래의 학생층 중심에서 일반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무용관계자들은 특기할 만한 수확으로 꼽는다.
5개 해외무용단 중 가장 먼저 입장권이 매진된 것은 헝가리 기외르발레단. 동구예술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했지만 실제『대양의 만인』,『프로스페로』는 이데올로기를 초월, 힘에 바탕한 강렬한 춤으로 한국관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무용평론가 이상일씨(성대교수)는 평했다.
런더 컨템포러리의『숲』또한 안무가「로버트·코한」의 시적인 상상력이 돋보인 무대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워싱턴발레의 경우 프리마댄서의 부상으로 예정된 레퍼터리를 빼버리는 불상사를 빚었다.
국내창작품의 경우 전문가들은 평년수준은 유지했지만 좀 처져 보였다는 것이 일반의 얘기. 이유를 무용전문가들은 무용제 초반에 이미 수준 있는 외국작품을 관람, 상대적 비교를 하게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무용가 총동원령(?)」이라고 할 정도로 이름 있는 무용가의 대부분이 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여, 행사무용과 창작무용작업에 합께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야했던 현실적인 여건도 창작무용 기대수준 미달의 한 원인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이번 무용제에 출품되어 공연된 11개 작품중 이색적인 주제로 이상일씨는『물마루』(한국현대 무용단)『시골로 갔더란다』(애지회·발레)『요우, 신나의 외출』(김복희·김화숙 무용단)을 꼽았다.
무용평론가 김채신씨(서원대교수)는 한국 통일의 문제를 춤의 주제로 택한『고리』(서울시립 무용단·한국무용)를 추가했다.
김씨는 특별히『물마루』는 현대무용의 춤사위를 확대한 새로운 무용언어개발이 평가할 만 하나 하반부가 처진다고 평했다. 대작보다는 소품으로 더욱 적합한 소재라는 것.
이상일씨는 이번 무용제 출품작중의 수작으로는 단연 현대무용 작품인『요석, 신나의 외출』을 꼽았다. 1천3백년 전에 살았던 요석공주의 개성을 보편적인 여인상으로 심화시킨 해석이 뛰어나고, 그에 걸 맞는 춤을 꾸몄다는 것이다.
그밖에『왕자호동(국립 발레단)』은 비록 의상·조명등에 문제점이 있으나 총3막이 각막마다 1장은 제의로 군무, 2장은 줄거리로 독무 또는 2인 무식으로 전개된 구성은 높이 살만 하다는 평이다.『장생도』(홍정희발레단·발레블탕)는 농악 등의 한국 민속적인 춤사위를 발레 테크닉에 접목시킨 시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채현씨는 수작으로『고리』를 꼽는다. 주제가 한국 춤으로는 흔치않은 사회성이 깃 든 것에다 새로운 춤사위의 시도 또한 평가받을 만하다는 주장이다.
국제 무용제 운영위원중일부가『일반 선발 무용단중 실력 있는 단체가 빠졌다』는 등의 자신이 책임져야할「결정」에 이의를 제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운영위는 연습이 제대로 되어 가는지를 체크하기 위한 연습일정표 제출을 무용단에 요구하는 관료적인 태도를 취하다 무용단의 반발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총5억의 예산으로 진행된 이번 무용제에서 참가단체로 선발된 무용단은 직곡료 3백만원을 포함하여 총1천1백만원씩의 작품제작비를 받았다. 국립 발레단·국립 무용단·유니버설 발레단·서울시립무용단·한국 현대무용단 등 5 개 초청무용단은 한국현대무용단만 1천5백만원의 제작비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4개 단체는 자체 제작비를 썼다.
올림픽을 기념하는 국제 무용제 치고는 해외 초청단체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판에 관해 주최측은『편도 항공료부담에 한국에서의 체재비만을 우리측이 부담한다』는 한정된 예산의 초청조건으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무용관계자들은 세계적인 잔치 후의 한국 무용계의 과제는 소련의 전통클래식 발레 등 해외의 다양한 수준 급 공연을 많이 접한 한국 관중들의 높아진 기대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늘어난 관중을 어떻게 계속 공연장에 붙잡아 두느냐 등으로 꼽았다.
이번 무용제 국내참가작품 중 5개 작품이 2팀으로 나뉘어 문예진흥원 주최로 지방순회공연을 한다.
김숙자·남성 무용단의『오열도』와『요우…』은 12일 순천, 13일 목포, 14일 전주공연을 갖는다. 정재만무용단의『학불림 굿』과 홍정희·발레블랑의『장생도』는18일 포항, 19일 진주,20일 창원에서 공연한다. 국립무용단『하얀초상』은 국립극장 주최로 전국 8개 도시 순회공연을 갖는다.

<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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