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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떨치고 네트워크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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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여성경제인협회장인 아프리카 카메룬 국적의 프랑수아 포닝 회장이 한국에 왔다. 5월 1~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2006 세계여성경제인 서울 총회'를 주재하기 위해서다. 54회째인 이번 서울 총회에는 세계 37개국 600여명 여성 기업인이 모여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장벽과 극복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협회 회원 기업 간에 국제적 사업 정보를 나눠 해외 진출을 서로 돕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주요 주제로 다루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가 참석한다. 개막을 앞두고 포닝 회장과 정명금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만나 여성 기업인이 느끼는 장벽과 해소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명금 회장=한국에서는 최근 첫 여성 국무총리가 탄생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쓰리란 기대가 높다.

▶프랑수아 포닝 회장=무엇보다 한국 여성 기업인, 그리고 모든 여성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나라를 보든 여성들은 콤플렉스가 있다. 실제 능력은 출중한데 그간 눌려왔던 분위기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낮게 평가한다. 첫 여성 총리 탄생은 이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새 총리와 정부에 여성 기업 지원책을 건의할 생각이다. 예컨대 정부.공사 등이 물자를 구매(공공구매)할 때 일정량을 여성 기업에 할당하는 것 등이다. 미국은 5~6년 전부터 정부 공공구매의 5%를 여성 기업에 배정하고 있다.

▶포닝=그런 식으로 많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게 경제를 성장시키는 지름길이다. 카메룬은 여성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 준다. 각종 법률 자문도 정부가 무료로 해 준다. 또 여성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부처 간 공동 협의기구도 있다.

▶정=한국에선 여성 기업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선 은행 융자를 받으려면 "남편의 보증을 받아 오라"는 소리를 여전히 듣는다. 이런 구습이 사라지면 지방의 여성 경제활동이 늘어 한국의 숙제인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포닝=아프리카 각국은 대부분 토지 문서가 남편 이름으로 돼 있어 여성은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들다. 아내의 사업이 커지니 남편이 질투해 방해한다는 동료 여성 기업인들의 호소도 많이 들었다. 나도 한때 골재 채취와 화물운수업을 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 모두 "그건 남자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기를 꺾었다. 돈을 빌릴 때의 차별보다 '여자니까 안 된다'는 편견을 참기 힘들었다.

▶정=한국 여성 기업인들에겐 이른바 '3연'이라는 벽이 있다. 지연.학연, 그리고 접대문화를 뜻하는 '주연'이다. 아직도 일부에선 이에 따라 기업 간 거래가 이뤄진다.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접대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 기업인들은 거래에서 기업이 얻는 이점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여성 기업인이 많아지면 거래가 더욱 투명해져 경제가 건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닝=유럽 등 선진국은 여성 기업인에 대한 차별을 많이 극복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자신감이 부족해 사업 확장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대부분 내수 사업에 그치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꺼린다. 그들에겐 세계여성경제인협회가 기회를 줄 것이다. 이번 서울 총회도 여성 기업인이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세계를 돌아가며 열리는 총회 자리에 비슷한 업종의 여성 기업인이 모여 현지 관심 업체를 방문하고 토론하면 자연스럽게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서울 총회를 계기로 한국과 해외의 여성 기업인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글로벌 사업이 크게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포닝=CNN 보도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사태를 알고 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정몽구 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법정에 설 수 있도록 구속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고용을 늘리고 세계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지 않은가. 이번에 다른 여성 기업인들과 현대차를 방문하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정=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원 중에도 현대차에 부품을 대는 협력회사가 많다. 현대차가 해외 공장을 지을 때 동반 진출까지 했는데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불안해한다. 사견을 밝힌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사법부가 선처해 주기 바란다.

정리=권혁주.임미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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