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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조원 블루오션’ 백신시장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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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외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 경쟁이 올해 들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는 해외 법인을 신설하고 백신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개발된 백신 28종 중 국산 14종뿐 #지카·메르스 새 질병으로 수요 늘어 #대상포진 등 프리미엄 시장도 유망 #GC녹십자·SK케미칼 사업 확대

GC녹십자는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현지 법인 큐레보 설립 작업을 마쳤다. 미국 내 백신 개발을 전담하는 큐레보는 GC녹십자가 초기 개발을 끝낸 대상포진 백신의 미국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임상 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수두, 독감, B형 간염 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 백신 시장 공략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신 기술은 다국적 제약사를 따라잡았다. GC녹십자가 2009년 국산화에 성공한 독감 백신 지씨플루는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따돌리고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독감 유행 시기가 정반대인 남반구 지역에 수출하면서 해외 누적 매출이 2억 달러(2240억원)를 넘어섰다.

SK케미칼은 이달 1일 백신 사업부문을 분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SK케미칼 임직원 1600여명 중 420여명이 SK바이오사이언스로 자리를 옮겼다. SK케미칼은 세계에서 2번째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스카이조스터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200여 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동안 대상포진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사의 제품이 유일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국내 대상포진 백신 점유율을 50%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상포진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8억 달러(8900억원) 수준으로 10년 내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백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밝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궁경부암과 소아 장염 등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LG화학 생명과학부도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끝냈고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소아마비 백신은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적극적인 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백신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백신 시장 규모는 2012년 4087억원에서 2016년 5563억원으로 연평균 8%씩 증가했다. 대상포진 등 프리미엄 백신이 출시되면서 백신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상용화 백신 및 자급화 계획

상용화 백신 및 자급화 계획

백신은 바이오 업계에선 대표적인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백신이 개발된 질병은 독감을 비롯해 28종에 불과하다. 이중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백신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14종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료보단 예방으로 의료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는 새로운 백신 개발에 적극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학주 한동대 교수(경영학)는 “중국에선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위해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며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백신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메르스 등 새로운 질병이 늘어나면서 각국 정부도 차세대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신종 플루 이후 백신 주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신 주권 확보는 취약계층을 지원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와도 관련이 있다”며 “백신 자급률을 2022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 발전으로 백신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미국 제약협회는 올해 5월 발표한 ‘2018년 항암제 개발 보고서’를 통해 항암 백신 개발이 새로운 항암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제약협회는 “전립선암 백신이 미국 내 허가를 앞두고 있다”며 “면역 체계의 기능을 높이는 항암 백신이 항암제 개발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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