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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권상우-성동일 콤비 가능할까’…헌재, “아직은 안 돼”

중앙일보

입력

타인의 사생활을 조사하거나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다. 사진은 영화 '탐정 리턴즈'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타인의 사생활을 조사하거나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다. 사진은 영화 '탐정 리턴즈'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만화가게 주인 강대만(권상우 분)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출신 전설적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가 국내 최초 탐정사무소를 개설한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찾아와 과일을 사오겠다며 나갔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약혼자의 사건을 의뢰하는데…

최근 개봉해 32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탐정 리턴즈’의 줄거리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명탐정’이 탄생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직은 안 된다’다.

헌법재판소가 사생활 조사 및 탐정 명칭 사용을 금지한 신용정보보호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경록 기자

헌법재판소가 사생활 조사 및 탐정 명칭 사용을 금지한 신용정보보호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경록 기자

헌법재판소는 특정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행위와 탐정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조항에 대한 위헌확인소송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관(총경) 출신 정모씨는 해당 법률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확인소송을 냈다. 신용정보보호법은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가 해당 업무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곤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외 사생활을 조사하는 일을 금지한다. 이른바 ‘흥신소’들이 불법적인 사생활 뒷조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탐정이나 정보원, 비슷한 명칭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도 뒀다.

헌재는 처벌조항에 대해선 각하(적법한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 결정했다. 청구인이 ‘해당 법정형(法定刑)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게 아니라 전제가 되는 사생활 조사나 탐정 유사명칭 사용의 금지 조항이 위헌이어서 처벌조항도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했기 때문에 위헌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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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조사 금지 조항에 대해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사생활 조사를 금지한 것은 조사 과정의 불법행위를 막고 개인정보의 오·남용으로부터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며 “해당 업무가 자유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나 실태 파악이 어렵고 몰래 카메라 등 불법적으로 이뤄져 사회 문제화하고 있어 금지 외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탐정업 영역에 속하지만 사생활 조사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분실 물건 찾아주기나 적법한 요건을 갖춰 신용조사업·경비업·손해사정사 등 탐정업 유사직역에 종사할 수 있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탐정 및 유사명칭 사용금지 조항 역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탐정 유사명칭을 허용하게 되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사생활 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고 신용조사업 등 탐정업 유사직종 사이의 업무 범위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탐정제도의 도입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공인탐정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셜록 홈즈같은 명탐정을 볼 수 있을까. 사진은 영국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BBC]

공인탐정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셜록 홈즈같은 명탐정을 볼 수 있을까. 사진은 영국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BBC]

2005년 이후 지금까지 11건의 사설탐정업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자동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현재 자유한국당 이영완·윤재옥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공인탐정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일본은 2007년 ‘탐정업무 적정화법’이 시행돼 국가가 공인하는 사설탐정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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