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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치솟는 대구·부산…지갑 얇은 청년 몰리는 '셰어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부산 한 셰어하우스 옥상에서 입주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 한 셰어하우스 옥상에서 입주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 대구 계명대 3학년인 윤희주(22·여)씨는 올해 초 새로 살 집을 구했다. 지난해 운 좋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올해는 입주자 선정에 떨어지면서다. 주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알아보니 1년새 월세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 있었다. 여자 혼자 살기 불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것이 '셰어하우스'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는 말 그대로 하나의 공간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업체가 개인 입주자를 모집해 운영한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빌라부터 신축 아파트까지 다양하다. 윤씨가 대구 '벙커하우스'란 업체를 통해 살게 된 집은 방이 5개 있는 빌라 주택이었다. 이곳에서 윤씨는 20~30대 여성 7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부산 한 셰어하우스에서 입주자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 한 셰어하우스에서 입주자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 지난해 부산 부경대에 입학한 안주희(20·여)씨는 셰어하우스 업체인 '쉐어하우스 the부산'에 입주했다. 중간에 거실이 있고 방이 3개 있는 113㎡ 신축 아파트다. 이곳에서 5명(2인실 2개, 1인실 1개)이 생활한다. 기본 옵션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전기밥솥, 토스터기, 식기 등이 갖춰져 있다.

안씨가 원룸이나 고시원 대신 셰어하우스를 택한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아파트 입주민 전용 헬스장과 스크린골프장, 독서실, 사우나도 사용할 수 있었다. 보증금 60만원, 월세 30만원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5억5000만원에서 6억원 정도다.

안씨는 "저렴한 가격, 안전한 생활환경, 깨끗한 주거공간, 다양한 편의시설 등 여러 장점들이 있어 셰어하우스를 선택하게 됐다"며 "함께 생활하는 룸메이트들과도 마음이 잘 맞는다면 좋은 친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한 셰어하우스 거실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 한 셰어하우스 거실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 한 셰어하우스 주방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 한 셰어하우스 주방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최근 대구와 부산도 서울 못지 않은 집값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방에서도 셰어하우스가 청년주거문제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와 부산은 아파트 최고 매매가가 3.3㎡당 2500만~3000만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첫 분양가도 3.3㎡당 2000만원 시대를 맞았다. 가파른 집값 상승으로 사회초년생인 20~30대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 깨끗한 집을 선호하는 청년들은 예전처럼 무조건 싼 집만을 찾지 않는다. 좁고 낡은 고시원보다 넓고 세련된 셰어하우스가 이들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다.

대구 한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벙커하우스]

대구 한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벙커하우스]

부산시 한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시 한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셰어하우스는 2014년 국내에 첫 등장했다. 집값 상승을 견인한 서울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셰어하우스 시장 규모는 당시보다 15~20배 커진 상태다. 실제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인근에 1호점을 낸 대구 벙커하우스는 1년 6개월여 만에 21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6개월새 6호점 개점을 앞둔 쉐어하우스 the부산을 비롯해 대구·부산에서 수십곳의 셰어하우스 업체가 창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각 셰어하우스 업체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최재혁 쉐어하우스 the부산 부대표는 "입주 신청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 하고 취미나 생활패턴 등을 고려해 서로 잘 맞을 수 있는 룸메이트끼리 살 수 있도록 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욱 벙커하우스 대표는 "벙커하우스의 의미가 벙커처럼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산 한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부산 한 셰어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쉐어하우스the부산]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셰어하우스를 찾는 수요가 늘다 보니 제대로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다. 셰어하우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불법 임대업을 하거나 집주인에게 전대차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는 곳도 있다"며 "이 경우 입주민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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