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왜 민주당 토론회에 갔을까

중앙일보

입력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토론회에 난데없이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이 등장했다. 강효상 의원(비례)이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민주당 초선 의원 토론회 ‘민주당 한 걸음 더!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에 참석했다. 뒷줄에 앉아 눈을 감고 턱을 괸 채 토론을 경청했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의 발제나 민주당 의원의 토론 내용을 수첩에 필기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뒤에 우리 고향 선배인 강효상 의원이 와 계신 데 감사하다"며 “보수가 신진 수혈을 못 하고 고관대작을 불러다 이벤트성 깜짝 쇼를 한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신인을 수혈해 인큐베이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강 의원은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들고 조 의원을 빤히 쳐다봤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토론회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토론회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토론회가 끝날 때쯤 회의실 밖으로 나온 강효상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경쟁정당이자 집권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왔다”며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지 않나”라고 했다.

또 강 의원은 "민주당 초선은 열린 자세를 가지신 것 같다. 흔히 ‘보수 궤멸’처럼 살벌한 내용이 난무하는데, 오늘 ‘좋은 정적이 있어야 자기들도 발전할 수 있으니 야당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어 “지방선거 대승에 도취해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고 앞으로 자신의 방향을 잘 짚어나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저희도 집권당의 실패를 반사이익으로 다음 총선에 승리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대안세력이 되어야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종종 다른 당 세미나에 참석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조응천 의원은 “강 의원이 사전에 토론회에 온다는 말은 없었다”며 “처음 토론회 시작할 때는 안 계셨던 거 같아서 의원 소개할 때는 언급을 못 했는데, 중간에 오셔서 마지막에 언급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 내부사정이 좋지 않고, 당장 ‘네가 나가라’, ‘아니다. 네가 나가라’ 하는 (한국당의) 모습만 보다가 이런 토론회를 보시니 좀 그런(인상 깊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강효상 의원이 민주당 토론회를 들으면서 빼곡히 필기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성지원 기자

강효상 의원이 민주당 토론회를 들으면서 빼곡히 필기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성지원 기자

강 의원은 1986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6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홍준표 대표 시절 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돼 '홍준표 최측근'으로 불려왔다. 지난 1월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홍 전 대표에 이어 강 의원 역시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으로 선임되자 "당 지도부가 험지는 고사하고 꽃길만 찾아간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강 의원은 지난 5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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