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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도중 경질됐던 차범근 “하석주 때문 아니라 축협의 핑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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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뉴스1]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뉴스1]

“당시 축구협회에서 나를 중도에 경질한 것은 하석주 때문이 아니라, 핑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도중 자신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하는 ‘차붐, 질문있어요’ 코너에서다.

한 네티즌은 이 코너에서 차 전 감독에게 “하석주 전 선수가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커서, 감독님과의 자리를 피한다고 한다”며 “혹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차 전 감독은 “그랬다고 한다. 러시아에 있는데 막내아들 세찌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여줬다”며 최근 한 방송에서 자신에 사죄의 뜻을 전한 하석주 아주대 감독의 영상 캡처를 게재했다.

차 전 감독은 “하석주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 그래도 당시 대표선수들 거의 모두가 죄송하다는 위로의 전화를 했는데 하석주랑 홍명보만 지금까지 아무 소리 없어서 섭섭은 했었다”며 “그게 죄송해서 그랬다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울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는 경기 중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 감독을 위로했다.

최근 두 사람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촬영장에서 20년 만에 눈물의 재회했다. 프랑스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선수였던 하 감독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백태클로 퇴장당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차 전 감독은 이례적으로 대회 도중에 경질됐고, 하 감독은 자신의 실수로 차 전 감독이 물러나게 됐다는 죄책감에 피해 다녔다고 한다. 하 감독은 “월드컵 이후 차마 감독님 앞에 설 자신이 없어 피하고 도망 다녔는데 그 시간이 벌써 20년이나 되었다”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은 “당시에만 해도 나는 40대의 젊은 감독이었고, 월드컵 지역 예선을 더 이상 잘해낼 수 없을 만큼 성공적으로 통과해 (주변에서) 대통령을 시켜야 한다고까지 했다”며 “대통령을 시키자는 팬들의 농담 섞인 칭찬이 싫어서였을까. 갑자기 축구협회에 새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어찌나 흔들어대는지 맘고생이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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