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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따라 씀씀이도 제각각|백60국 총 집합한 선수촌 동서남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1백60개 나라 사람이 모인 「작은 지구촌」인 올림픽 선수촌-.
저마다 말과 신앙·생활풍습·기질이 다른 동·서·남·북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각자의 개성과 함께 자기나라 국민성과 문화수준을 드러내 선수촌은 천대만상의 파노라마.
유럽이나 북미선수들은 대체로 이기적이고 오만하다. 반면 세련된 매너와 자신감 넘치는 개방적 태도. 이에 비해 동구·공산권 선수들은 다소 폐쇄적이며 긴장된 모습이면서도 의외로 친절하고 성실한 인상.
아프리카·남미 등에서 온 선수들은 다소 어리둥절하고 호기심 많은 표정들도 낙천적이고 발랄한 편이며, 아시아권 선수들은 우리와 비슷해 대체로 「점잖다」. 선수촌 내 은행과 쇼핑 센터에선 각 나라의 경제력이 그대로 나타난다.
영국·프랑스·서독 등 유럽선수들과 캐나다 호주선수들은 주로 1백 달러 이상씩 환전해 가는 반면 동구와 동남아 선수들은 주로 10만 달러 단위로 환전해간다. 아프리카 등 후진국 선수들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 선수들은 꼭 필요한 만큼씩 3∼5달러 단위로 환전해 간다.
쇼핑을 할 경우에도 캐나다·네덜란드·스웨덴·호주 등에서 온 선수들은 판매원들의 실명을 듣고 선뜻 사가는 편이지만 동구·공산권선수들은 주로 구경만 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선수들은 제품의 특성과 가격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 편이나 많이는 안 산다.
특히 중국선수들은 「구경꾼」(?)으로 유명하며 미국 선수들은 「백화점에서는 구경만 살 때는 이태원으로」라는 깍쟁이 쇼핑으로 선수촌 쇼핑센터의 불청객.
원유가 하락으로 산유국 선수들의 씀씀이가 절약형으로 바뀐 반면 엔고현상으로 일본선수들은 돈 문제에 크게 개의치 않아 고가품도 많이 사가 나라의 인기와는 별개로 고객으로는 가장 인기.
육류를 가장 많이 먹는 것은 미국 선수들. 생선은 일본과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이 먹고 동남아 선수들은 주로 채식을 즐기는 편.
입맛이 가장 까다로운 곳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각각 자국에서 특별요리사와 자국산 포도주까지 준비해 고유의 음식을 즐기고 있다.
힌두교도인 인도 선수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으며, 회교도인 중동선수들은 돼지고기 근처에도 안 간다.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온 선수들은 「노출」에서 단연 1위. 햇볕만 보면 벗는다.
대부분의 유럽선수들은 팬티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데, 숙소 안에서는 여자선수들까지 상의를 벗어 던지고 일광욕을 즐기는가 하면 일부 선수들은 타월만 걸치고 베란다에 나타나기도 한다.
각국 선수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도 제각각으로 개방성의 정도를 느끼게 한다.
가장 개방적인 나라는 이탈리아. 이들은 숙소 선수단 사무실에 『환영, 이탈리아 만세』라고 적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농담을 건다.
스페인, 포르투갈 선수와 남미 선수들도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얘기하기를 즐기는 편인데, 이들은 특히 식사가 끝난 뒤 자국선수들 끼리 모여 잡담을 즐기기로 유명하다.
이에 반해 동구·공산권 선수들은 대체로 말이 없고 비사교적인데, 특히 소련선수들은 가장 페쇄적이며 경계의 눈초리를 한시도 늦추지 않는다.
이들은 꼭 필요한 사무적인 용건 외에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으며 질문을 받을 경우에도 대답을 회피하거나 마지못해 간략히 대답하는 정도.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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