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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린 다세대·원룸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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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낮에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이웃집을 찾아온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

서울 서북부 지역에서 여성 13명을 잇따라 성폭행했다고 자백한 김모(31.일명 '마포 발바리')씨의 행각이 드러나면서 성폭행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수칙들이 주목받고 있다. 김씨가 주로 대낮에 혼자 있는 여성을 타깃으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7일 마포.서대문.용산 일대에서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등 모두 24건의 성폭력.강도.절도 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월 10일 오후 4시쯤 마포구 신공덕동 한 주택의 열린 현관문으로 침입해 자고 있던 이모(20)씨를 칼로 위협해 성폭행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여성 13명을 성폭행하고 초등생 1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7개월간 동거한 애인이 지난해 1월 가출한 뒤 성욕을 채우고 동거녀를 찾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해 1월 발생한 절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위치 추적을 통해 26일 오전 관악구 신림동 한 모텔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검거되자 "그동안 매우 불안했는데 오히려 잘됐다"며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회 결과에서도 성폭행 12건 등 모두 14건의 사건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DNA와 김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방문객은 꼭 신원 확인을=성폭력 사건은 흔히 심야 시간대에 일어난다. 하지만 김씨는 낮시간을 노렸다. 학생이나 주부가 혼자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낮에는 안심하고 현관문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아 범인이 쉽게 집 안으로 침입할 수 있었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거 침입은 대부분 문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일어난다"며 "현관문과 창문은 대낮이라도 꼭 잠가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낯선 방문객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윗집에 방을 보러 왔다" "옆집에서 왔다"는 말에 속아 범인에게 문을 열어준 피해자가 많았다. 방문객이 오면 신원을 확인한 뒤 반드시 안전고리를 걸고 문을 조금만 열어 대화를 해야 한다.

연쇄 성폭행범은 원룸촌을 주로 범행 장소로 삼는다. 젊은 여성이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서다. 원룸에 살 경우 빨래 건조대에 남자 양말이나 옷을 걸어두는 것도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또 인적이 드문 골목길보다 가급적 큰길로 다니고, 만약을 대비해 호신용품을 항상 지니고 있는 것이 좋다.

◆ 대낮에 주택가에서 범행=김씨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은 모두 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주택가에서 일어났다. 김씨는 17세 때부터 지난해까지 어머니와 함께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 살면서 이 지역 지리에 익숙했다.

이 때문에 방범이 허술하고 골목이 복잡한 이 주변의 다세대주택이나 원룸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경찰은 "김씨는 지나다니는 행인이 드문 골목에 있는 집들을 20~30분간 지켜보다가 여자 혼자 있다고 판단되면 침입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초등학생을 성추행했던 김씨는 학교가 끝난 오후 시간에 혼자 빈집을 지키던 여중.고생으로 범행 대상을 점차 확대했다. 점점 더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후 원룸에 혼자 사는 20대 여성이나 낮에 혼자 집에 있는 30~40대 주부 등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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