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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찍은 검찰청 안주인 … 1년 함께 더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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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강진구 사무국장(왼쪽)이 안내하고 있다. [뉴스1]

3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강진구 사무국장(왼쪽)이 안내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올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을 때 청사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맞이한 사람이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일반직 최고위직(고위공무원)인 강진구(58) 사무국장이다.

이례적으로 유임된 강진구 사무국장 #윤 지검장과 대구고검서 인연 맺어 #동선체크·청사보안 등 살림 도맡아

제네시스 승용차에서 내린 이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뒤에는 강 국장이 10층 조사실까지 이 전 대통령을 안내했다. 당시 강 국장은 동선체크·청사보안 등 각종 제반 업무를 책임졌다.

검찰청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사무국장은 보통 1년 정도 재임한다. 하지만 강 국장은 지난 3일 발표된 검찰직 5급 이상 공무원 승진·전보 인사에서 유임됐다. 윤 지검장이 직접 법무부 검찰국에 강 국장의 유임을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강 국장은 지난해 9월 윤 지검장이 직접 사무국장으로 점찍고 데려온 인물이다. 강 국장은 이전에는 안동지청·대구지검 등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다.

두 사람은 4년 전인 2014년 윤 지검장이 대구고검에서 근무할 때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앞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팀장으로 국회에 출석했던 윤 지검장은 검찰 지휘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가 이듬해 1월 인사에서 대구고검으로 전보됐다. 윤 지검장이 좌천성 인사로 대구로 갔을 당시, 대구고검 총무과장으로 일했던 이가 바로 강 국장이다. 지방 검찰청 총무과장은 서울에서 내려온 검사들이 기거하는 관사 관리 등도 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윤 지검장을 상대로 같은 연배의 강 국장이 술잔도 함께 기울이고 다독이면서 절친한 사이가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두 사람은 1960년생 동갑이다. 온화한 인상의 강 국장은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을 살갑게 챙겨주는 편이라고 한다.

대구고검 근무 이후 강 국장은 고위공무원(2급)으로 승진해 광주지검·서울서부지검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윤 지검장은 대구고검에서 대전고검으로 또 한 차례 전보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서초동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자신과 호흡을 맞출 파트너로 4년 전 대구에서 함께 일했던 강 국장을 골랐다.

강 국장은 검찰 일반직 공무원으로는 드물게 2011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직무대리를 맡는 등 수사력까지 인정받은 인물이다. 한 검찰 사무국 관계자는 “꼼꼼한 성격의 강 국장이 사전에 모든 조치를 완벽하게 해놓은 덕분에 전직 대통령 조사가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상도 말투로 유임 소감을 밝혔다.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고 서울중앙지검이 현재 진행하는 일도 많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아무튼 검사장님 모시고 1년간 잘해보겠슴더.”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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