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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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참주치하의 조국 사모스를 등지고 크로톤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교단을 세웠다.
그 무렵의 크로톤은 올림픽경기에서 특히 씨름에 강한 나라였다. 「피타고라스」의 교단은 마음과 몸의 조화를 이상으로 삼고 정신 및 육체적 훈련을 통하여 그 이상을 달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정신의 항상은 수에 있고, 육체의 항상은 훈련에 있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의 철학이었다.
이 「피타고라스」 교단이 배출해 낸 부세출의 전설적 씨름꾼이 「밀론」이었다.
그는 제60회 (BC540년) 올림픽에서 소년으로 출전해서 우승하고 이어 66회 대회까지 계속 승리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출토 항아리에 그려진 많은 그림에서 보듯 그때의 레슬링은 오늘의 자유형에 가까운 것이어서 둘러메치기, 다리걸기, 허리치기, 업어치기가 허용되었다. 세 번 상대를 쓰러뜨려야 이기게 되었다.
「이긴다」는 그리스어는 세 번 던진다는 뜻의 트리아제인 (Triazein)에서 유래한다.
당시 「피타고라스」 교단의 훈련방식은 날마다 송아지 한 마리를 손으로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밀론」은 그 송아지가 커서 황소가 될 때까지 훈련을 계속했다고 전해진다.
도시국가 그리스에는 이웃나라간의 영토분쟁이 그칠 날이 없었다. 이웃나라 쉬바리스가 크레톤을 침범했다.
「밀론」은 사자의 가죽을 몸에 두르고 곤봉을 손에 쥔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올림픽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출전해서 적을 무찔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찌기 격찬해 마지않았던 『힘과 날쌤을 아울러 지닌』 레슬러는 「밀론」뿐만이 아니다.
그레코로만형 74㎏의 금메달리스트 김영남, 그리고 은메달의 김성문과 동메달의 김상규 안대현, 이들 모두 힘과 날쌤과 의지를 갖춘 우리의 영웅이 되었다.
세계의 정상을 향해 10여년 동안 각고의 피땀을 흘린 이들의 질긴 인내와 젊은 투혼이 있었기에 이들의 메달은 값진 것이다.
경기장을 꽉 메운 관중들의 우렁찬 『아! 대한민국』의 합창속에서 밝은 우리의 앞날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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