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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100쌍 중 17쌍은 여성 연상…경력단절에 따른 여성고용률 ‘M자형’ 여전

중앙일보

입력

결혼 10년 차 직장인 김미연(39)씨는 남편보다 세 살이 많다. 소위 '연상 연하 커플' 이다. 김 씨는 이런 단어가 사라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 씨는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말의 전제는 남편이 부인보다 당연히 나이가 많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며 “여성이 연상인 부부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 상황과 맞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여가부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여성 초혼 평균 연령 지난해 30.2세..점점 높아져 #지난해 여성 가구주 비율 전체의 30.7% #2016년 출생한 여자아이 기대수명 85.4년

김 씨의 말대로 아내가 나이가 더 많은 초혼부부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미 남녀 동갑 부부 수를 넘어섰고,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일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부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16.9%를 기록했다. 1년 전(16.3%)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이 비율은 1990년 8.8%에 불과했지만 2000년 10.7%, 2007년 13% 등 꾸준히 증가세다. 반면 남녀가 동갑인 부부의 비중은 지난해 15.9%다. 지난 2013년 이후 여성 연상 부부의 수가 동갑 부부보다 많다. 남성 연상 부부의 비율은 90년에 82.2%였는데 지난해에는 67.2%로 내려갔다.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여성의 만혼 및 결혼 기피 현상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성 초혼연령은 지난해 평균 30.2세로 나타났다. 2015년 처음 30세를 넘은 뒤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여성 가구주(가계의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대표자)도 증가세다. 지난해 여성 가구주는 607만2000가구로 전체의 30.7%를 차지했다. 여성 가구주가 600만 가구를 넘은 건 처음이다. 지난 2000년 전체 가구 중 18.5%였던 여성 가구주 비중은 오는 2020년에는 31.6%, 2030년은 34.8%가 될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여성 가구주 중 미혼 가구 수는 지난해 143만6000가구를 기록했다. 전체 여성 가구주의 23.7%를 차지한다. 이 비중 역시 2030년에 25.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원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전반적으로 결혼 건수가 줄어들며 젊은 여성 가구주가 늘고 있다"며 "고령화로 혼자 사는 여성 노년층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혼율 증가도 여성 가구주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경력 단절에 따른 ‘M자형’ 고용률 형태는 지속하고 있다. 30대에 결혼이나 임신ㆍ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뒤 40대 재취업하는 형태다. 지난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69.6%에 이르지만 30~34세는 61%, 35~39세는 58.1%로 떨어진다. 그러다 40~44세는 다시 61.8%로 오른다.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여성이 229만8000원이었다. 남성(341만8000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은 2015년 65.9%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70% 수준에도 못 이른다.

비정규직 비중도 여성이 많다. 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 881만8000명 중 비정규직은 41.2%인 363만2000명이었다. 남성(26.3%)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14.9%포인트 높았다.

다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는 나아지고 있다. 2016년 공공 기관 및 500인 이상 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4%다. 이 비율은 2005년 10.2%에서 계속 늘고 있다. 행정부 국가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서 50.2%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반직 국가공무원 기준으로 4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13.2%를 기록했다.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전년(12.1%)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올해 지방의회 의원 선거 당선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8.3%로 4년 전 선거(22.9%)보다 5.4%포인트 증가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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