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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기 빠지면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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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뉴캐슬로 이적한 기성용은 ’적절한 시기에 대표팀 은퇴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뉴캐슬로 이적한 기성용은 ’적절한 시기에 대표팀 은퇴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축구 대표팀 주장 기성용(29·뉴캐슬)이 국가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팀 재건에 내 존재가 도움 안돼” #“생각 정리, 적절한 시기에 말할 것” #A매치 104경기서 10골 센추리 클럽 #런던 올림픽 세대 동반 은퇴 가능성

기성용은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입국 인터뷰에서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지금 당장 확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생각은 정리됐다. 적절한 시기에 내 입으로 직접 말할 것”이라고 말해 은퇴 결심을 굳혔음을 내비쳤다.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설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준비 과정에서 꾸준히 흘러나왔다. 1989년생인 기성용은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에 만 33살이 된다.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직후 대표팀에서 은퇴해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내용이다. 기성용은 “이번 대회가 나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기성용은 “지난 4년간 주장으로서 대표팀을 잘 이끌지 못한 책임감이 크고 일부 팬들의 비난에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게 가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축구가 향후 4년간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 존재가 도움될 수 있는지 고민이 컸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자마자 영국에 가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년 계약을 맺었다. AC밀란(이탈리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풀럼(이상 잉글랜드) 등의 러브콜을 마다한 이유를 밝힐 때도 대표팀 이야기가 나왔다. “매번 이적할 때마다 대표팀 경기력을 생각해 선발로 뛸 수 있는 팀을 먼저 골랐다”고 밝힌 기성용은 “이제는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다. 뉴캐슬은 영국에서도 유서 깊은 팀이고, 이적 협상에 나선 팀 중 팬층이 가장 두껍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지난 2008년 6월 남아공 월드컵 요르단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지난달 1일 보스니아전을 통해 10년 만에 100번째 A매치 경기를 치러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남아공과 브라질, 러시아까지 세 번의 월드컵에서 뛰었고 A매치 104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다.

마지막 도전 무대인 러시아 월드컵에 대해 “좋은 기억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무대였다”고 평가한 그는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성공이라 말할 순 없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동료들이 축구 역사에 남을만한 경기를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조금만 더 다듬어지고,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임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의 국가대표팀 은퇴 결정이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등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의 동반 은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성용을 비롯해 1989년생 위주의 멤버들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줄곧 한국축구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대표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기성용을 비롯한 런던 세대 핵심 멤버들은 오래전부터 대표팀 은퇴 고민을 공유해왔다”면서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마친 지금 또는 내년 1월 아시안컵 본선 종료 직후 은퇴를 발표할 것”이라 전망했다.

인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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