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눈과 귀 유대인들이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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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귀는 이제 유대인이 잡았다."

최근 마무리된 백악관 요직 개편 결과를 둘러싼 미 정가의 평가다.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에 유대인이 속속 기용됐기 때문이다. 백악관엔 부시 직속으로 비서실장과 3명의 부비서실장이 있다. 이들 중 조슈아 볼턴(51) 비서실장과 조엘 캐플런(36) 부비서실장이 유대인이다. 미 대통령 비서실장에 유대인이 기용된 것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1981~89) 시절 켄 두버스타인에 이어 두 번째다.

◆ 막강한 볼턴과 끈끈한 유대인=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집권 후 최저인 32%까지 떨어졌다. 부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백악관 예산국장이던 볼턴을 비서실장에 기용했다. 장수하던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을 경질하면서 백악관 분위기를 쇄신하라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부시는 볼턴에게 "유익하고 신선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며 백악관 개편작업을 맡겼다.

그러자 볼턴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부시의 두뇌' 칼 로브 부비서실장의 역할을 축소했다. 로브가 담당해온 정무.정책 업무 중 정책을 떼어내 캐플런에게 넘겼다. 캐플런은 같은 유대인일 뿐 아니라 예산국에서 부국장으로 볼턴을 보좌하던 측근이다. 볼턴은 현재 '부시 구하기 전략'을 짜고 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볼턴이 부시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홍보 강화, 월스트리트 끌어안기, 불법 이민 단속 강화 등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볼턴이 어떤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그에 대한 부시의 의존도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볼턴은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1월부터 2년6개월 동안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하다 예산국장까지 지낸 만큼 부시의 백악관에 대해 누구보다도 밝다.

◆ 행정부의 유대인들=행정부에서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유대인도 적지 않다. 각료로는 마이클 처토프(53) 국토안보부 장관이 꼽힌다.

하버드대 법대를 나온 그는 연방검사,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냈으며 2001년 9.11 테러 땐 법무부 범죄담당 차관보로 일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볼턴의 '부시 구제안'에 불법 이민 단속 강화가 들어 있는 건 처토프의 입김과 관련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른 고위 인사론 엘리엇 에이브럼스 국토안보부 보좌관,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 특사가 있다. 이 밖에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더그 페이스 전 국방차관, 거물 로비스트 아브라모프 스캔들로 기소당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도 유대인이다.

◆ 클린턴 때도 유대인 득세=미국의 유대인은 약 520만 명이다. 미국 인구(약 2억9800만 명)의 2%가 채 안 되는 숫자지만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소수민족보다 크다.

이들은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정권(1993년 1월~2001년 1월) 때도 득세했다. 로버트 라이시(노동), 로버트 루빈(재무), 로런스 서머스(재무), 매들린 올브라이트(국무)를 비롯한 12명이 장관을 지냈고 샌디 버거(국가안보보좌관), 데니스 로스(중동 평화협상 특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약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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