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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캐릭터로 변한 기독교 성인…스페인 성당서 일어난 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페인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 복원 전(왼쪽)과 색 입히는 복원 공사 후(오른쪽) [@loockito트위터 캡처]

스페인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 복원 전(왼쪽)과 색 입히는 복원 공사 후(오른쪽) [@loockito트위터 캡처]

스페인의 한 성당이 복원한 16세기 목재 조각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독교 성인의 모습을 만화 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놨다는 지적이다.

예수 벽화를 원숭이 모습으로 바꿔 놓은 6년 전 사건을 잇는 '복원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에 새로 색을 입히는 복원 공사를 했다.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이자 14성인 중 하나인 조르주 성인은 회화나 조각에서 칼이나 창으로 용을 찌르는 백마탄 기사 모습으로 표현된다.

조르주 성인은 용맹함과 근엄함을 상징한다.

스페인 네티즌은 스페인의 한 성당에 있는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 복원 후(왼쪽) 모습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캐릭터 '우디'(오른쪽)와 닮았다고 조롱한다. [@loockito트위터 캡처]

스페인 네티즌은 스페인의 한 성당에 있는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 복원 후(왼쪽) 모습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캐릭터 '우디'(오른쪽)와 닮았다고 조롱한다. [@loockito트위터 캡처]

하지만 산미겔 성당의 조르주 성인 목재 조각상은 복원 후 분홍색 등 강렬한 원색의 물감으로 덧입혀져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이 모습을 본 스페인 네티즌은 기독교 성인이라기 보다 월트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캐릭터인 '우디'와 닮았다고 조롱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역 문화재청 관계자는 복원작업이 적절한 관리감독 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졌다며 복원한 것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스페인문화재복원협회(ACRE)는 문화유산을 망쳐놓은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페인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에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얼굴이 변형돼 스페인 네티즌의 조롱이 이어졌다. [@loockito트위터 캡처]

스페인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에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얼굴이 변형돼 스페인 네티즌의 조롱이 이어졌다. [@loockito트위터 캡처]

복원 작업을 업체에 맡긴 성당 측은 난감한 입장이다.

이 성당의 주임 신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순히 조각상을 깨끗이 청소해달라고 맡겼는데 해당 업체가 조각상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에케 호모' 히메네스 복원 전후 모습[AP=연합뉴스]

'에케 호모' 히메네스 복원 전후 모습[AP=연합뉴스]

이같은 스페인 문화재 복원 참사는 지난 2012년에도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스페인의 한 80대 교회 신도는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 받는 예수의 모습인 '에케 호모' 벽화 복원 과정에서 예수를 마치 원숭이처럼 바꿔나 비난에 휩싸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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