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한 성당이 복원한 16세기 목재 조각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독교 성인의 모습을 만화 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놨다는 지적이다.
예수 벽화를 원숭이 모습으로 바꿔 놓은 6년 전 사건을 잇는 '복원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나바라 주 에스텔라의 산미겔 성당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조르주 성인(성 조지)을 형상화한 목재 조각상에 새로 색을 입히는 복원 공사를 했다.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이자 14성인 중 하나인 조르주 성인은 회화나 조각에서 칼이나 창으로 용을 찌르는 백마탄 기사 모습으로 표현된다.
조르주 성인은 용맹함과 근엄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산미겔 성당의 조르주 성인 목재 조각상은 복원 후 분홍색 등 강렬한 원색의 물감으로 덧입혀져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이 모습을 본 스페인 네티즌은 기독교 성인이라기 보다 월트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캐릭터인 '우디'와 닮았다고 조롱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역 문화재청 관계자는 복원작업이 적절한 관리감독 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졌다며 복원한 것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스페인문화재복원협회(ACRE)는 문화유산을 망쳐놓은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원 작업을 업체에 맡긴 성당 측은 난감한 입장이다.
이 성당의 주임 신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순히 조각상을 깨끗이 청소해달라고 맡겼는데 해당 업체가 조각상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이같은 스페인 문화재 복원 참사는 지난 2012년에도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스페인의 한 80대 교회 신도는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 받는 예수의 모습인 '에케 호모' 벽화 복원 과정에서 예수를 마치 원숭이처럼 바꿔나 비난에 휩싸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