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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리말 세계 공용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 성내천변에 인구 3만의 국제도시가 탄생했다. 제24회 서울올림픽 선수·기자촌.
개촌식 11일만인 14일 현재 각국 선수와 임원 등 1만여명, 운영요원·안전요원·자원봉사자 등 1만여명, 보도진 1만여명 등 모두 3만 주민이 20여만평의 단지 안에 시한부 국제도시를 이루었다.
국기광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돌보는 선수촌본부와 행정센터·등록센터, 그리고 병원·소방서·경찰서·전신전화국·우체국 등 각종 공공시설이 마련됐다.
또 헬스클럽·수영장·스포츠용품 수리센터·다방·당구장·오락실 등 각종 오락·편의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져 선수촌은 3만여 주민의 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다.
각국의 주요 종교를 위한 예배장소까지 종교관에 따로 마련돼 선수들은 자신의 종교에 따라 예배의식을 갖고 승리를 기원한다. 세무서와 재판소만 없는 완벽한 도시.
3만 국제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물자와 서비스도 국제수준에 국제규모.
선수와 임원들만 사용하는 선수회관 내 식당의 경우 하루동안 쌀 27가마와 육류 8t(소 17마리 분량), 과일 5t가량이 매일 최고급품으로 준비돼 선수들의 왕성한 식욕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각 나라 선수·임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춰 주기 위해 조리사만도 일류호텔의 주방장급을 포함, 5백62명.
한꺼번에 6천명 분량인 3.2t의 국을 끓일 수 있는 대형 솥과 동시에 7백명분의 스테이크를 구원 낼 수 있는 대형오븐이 8개나 갖춰져 주방은 거대한 공장을 연상케 한다.
선수촌내 33곳에 마련된 자동음료수 공급기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청량음료만 해도 매일 6.4t골로 시가로 따져 3백만원 어치.
특별히 제공되는 생수는 지금까지 하루 30t꼴인 3백t(시가 8천4백만원 상당) 남짓 소비되었는데 경기가 시작되면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선수숙소에 비치된 비품만도 침대와 옷장 등이 각각 1만5천개씩, 옷걸이 약 7만개, 공동비품인 냉장고·TV·진공청소기 등이 약 1천개씩.
가장 많이 소비되는 소모품인 화장지는 올림픽기간 중 두루 마리만 약 15만개로 초등학교 교실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부피며, 쓰레기 비닐봉지는 지금까지 구입한 56만개로는 부족해 추가로 구입해야할 형편.
개인용 비품인 화장품세트는 일부 선수들이 다 쓰지도 않고 감춘 뒤 새로 지급할 것을 요구해와 지금까지 지급된 1만여 세트는 수요에 비해 태부족.
선수촌은 오전 6시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면 선수들의 체조와 조깅, 구령소리로 하루일과에 들어간다.
오전 8시를 전후해서는 자원봉사요원들이 각자의 맡은 일터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뒤이어 각국의 보도진이 몰려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어 인사는 이곳 국제도시의 공용어.
인종·국적·이념을 초월한 화합의 국제도시 선수촌은 그러나 또 메달을 향한 피나는 경쟁의 구슬땀과 집념의 무대이기도 하다. 화려한 인간승리의 순간을 위해 선수촌의 24시는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특히 통신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고 있는데 선수회관 내 전신전화국의 경우 전화사용량만 14일까지 6천5백건(7천5백만원 상당)에 이르고 있으며 공중전화카드도 필수품으로 등장해 지금까지 3천5백개(3천만원 상당)가 팔렸다.
우체국에도 14일 8천여통, 15일에는 1만5천여통의 편지와 카드가 접수돼 우편물도 급증 추세.
선수회관 3층의 면세쇼핑센터에는 하루평균 1만여명의 고객이 찾아와 2천5백만원 어치의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호돌이 인형과 올림픽 배지 등 기념품이 인기가 좋아 하루 1천개 이상씩 팔리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소비에 걸맞게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만도 2천t에 이르러 용역회사에서는 매일 5대의 쓰레기차를 동원, 쓰레기를 치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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