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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대화로 「5공 청산」모색|노대통령 - 전 전대통령 전화통화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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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취임후 7개월만에 노태우 대통령이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여러가지 얘기를 나눈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두 사람간의 통화에서 무슨 논의가 어느선까지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수 없으나 그동안 돈절상태에 있었던 양자간에 직접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범상치 않은 사태진전이 아닐수 없다.
특히 통화의 시점이 전 전대통령이 올림픽개막식 불참을 발표하고 윤길중 대표가 5공비리와 전 전대통령문제 처리방안에 관한 민정당의 의총결론을 건의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노대통령이 뭔가 결심을 했거나 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읕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 통화는 의례적인 수인사와 앞으로의 관계발전을 예고하는 간단한 암시를 교환하는 것으로 그쳤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노대통령이 먼저 올림픽을 유치한 전임자가 타의에 의해 올림픽개막식에 나오지 못하게 된 처지를 위로하고 앞으로 친구이자 전임 대통령이 겪고있는 곤경을 처리함에 있어 함께 노력할 방향을 내비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즉 위로와 함께 곧 다시 연락하거나 만나자는 약속이 뒤따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노대통령이 전 전대통령의 개막식 불참에 대해 얼마나 침통해 했는가는 청와대 참모들은 잘 알고있다.
노대통령은 전전대통령이 박세직 올림픽조직위원장의 개막식 참석초청을 사양했다는 첫 보고를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5공비리 문제에는 비교적 담담한 입장을 취해온 노대통령이 전 전대통령의 개막식불참에는 어찌나 가슴아파하던지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는 7개월이상 상면을 않고 지내올 수밖에 없었던 두사람간의 정치적 입지와 이해의 차이와는 또다른 측면에서 양음 관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그동안 청와대와 연희동간에는 평생을 같이 지내온 친구이자 전·후임 관계치고는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상호「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노문과 전문간에 글도 꽤 깊게 패어 왔을지 모른다.
요컨대 청와대측은 전 전대통령이 해도 너무 했다는 인식과 함께 왜 노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해결노력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것 같고 연희동측은 노대통령이 전전대통령을 무자비한 여론재판이 「방치」 해둘뿐 아니라 쉽게 해줄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또는 해명노력도 하지않는다고 섭섭해 하는것 갈다.
청와대측은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전전대통령의 친·인척비리 등을 그대로놓아두고 본인의 사과·해명 노력없이 야당이나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직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입장인것 같으며 특히 최근 이순자 여사가 새세대육영회 이사장 직을 고수하면서 『이럴즐 알았으면 물러나지 않았을것』이라는등 「도전적」발언을 했다는데 대해 매우 난감해 하는 것 같은 낌새다.
반면 연희동측은 친·인척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에 대한 도덕적 비난까지감수하겠지만 청와대가 조금만「성의」를 발휘하면 전혀 문제되지 않을것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있다고 생각하는것 같다.
예를 들면 청남대나 지방청와대 같은것은 그것이 전전대통령의 개인재산도 아니고 노대통령도 사용하고 있는 국가시설인데. 왜 떳떳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납득읕 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같이 상반된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오는동안 양측간에 오해를 풀거나 상의를 주선하는 노력이나 채널은 비교적 미미한 편이었다.
여권인사 대부분을 전·후임대통령이 인맥상 공유하고 있음에도 선뜻 믿을만한 중재자를 찾지 못한 것은 전전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악화될대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연희동은 각각 따로따로 올림픽이후 5공비리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노대통령과 전 전대통령의 대화개시는 결국 두사람이 전면에 나서지 않을수없는 상황조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노대통령의 복안은 민정당의 건의대로 정부·여당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되 공과를분리, 과실은 인정·사과하게 하고 업적은 평가해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정치보복이 없게 하겠다는 것인것 같다.
그러자면 자연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 전대통령의 사과 등 적절한 방안을 권유하고 아울러 국민과 야당이 양해할 수있는 청산작업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아무리 민정당 중집위가 해결책을 결의, 연희동에 전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간접대화란 한계가 있고 자칫 반발을 초래할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전전대통령도 매일 언론을 통한 「여론재판」에 시달리고 자신의 증언문제가 올림픽 이후국회특위에서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올림픽이후 노대통령과 직접 만나 어떤 형식이든 매듭지을 것을 대심 희망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노대통렁의 전전대통령에 대한 통화와 한번 만나기로 한것은 올림픽이후 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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