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원전센터.사패산 터널.경부고속철도 금정산터널.경인운하.한탄강댐…. 환경단체들이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째 싸우고 있는 이슈다.
참여정부에 기대를 걸었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등 꼬여가는 형국이다.
똑같은 문제가 몇년째 되풀이되면서 지켜보는 시민들도 식상했다. 때론 환경단체들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도 포기할 수도 없고, 활동가들도 지쳐가면서 환경단체들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이들 이슈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시민단체의 대립 구도 탓이다. 일반적인 사회갈등은 정부나 시민단체가 중재해 해결하지만 '국책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의 싸움을 해결할 주체가 없다. 지역 갈등에 발목이 잡힌 국회가 나서서 해결하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개발-보존의 갈등이 '지역 자존심'과 결부되면서 대립 구도가 복잡해졌다. 새만금 간척을 요구하는 전북지역은 물론, 경부고속철도 노선을 둘러싸고 영남 각 지역의 요구도 거세다.
이 때문에 '백지화''재검토'를 선거공약으로 내놓았던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참여정부도 각종 개발사업에 뚜렷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단체 리더들은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각 이슈들에 일손이 묶여 있고 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 등 새로운 사업은 엄두도 못낸다는 것이다. 기존의 무거운 이슈 속에서 너무 가벼운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단체간 연대도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시민.환경단체들은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반핵국민행동''댐반대 국민행동'등 이슈별로 연대모임을 결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만 연대일 뿐 실질적인 활동은 몇몇 대형 단체가 도맡아 한다. 이들 대형 단체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연대를 유지하지만, 조직 운용 부담과 재정 압박이 크다.
때문에 "정부가 차라리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한꺼번에 정리.발표하고 정부와 환경단체가 서로 양보하는 식으로 일괄 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활동가도 있다.
이 경우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PCSD)가 중재자로 거론되지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환경마인드'가 관건인데, 그런 조짐이 없다는 이유다. 어쨌든 환경단체들은 조직의 활성화나 회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이슈 중심의 활동을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실장은 "이달 안으로 환경운동 전반을 재정리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환경영향평가 등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검토와 대안 제시에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소득 2만달러를 앞세운 정부의 성장논리와 그에 따른 환경의 질(質)문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 등 그동안 소홀했던 사안에 대해서도 차분히 따져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