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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아파트 공사장 40명 사상 “소방관도 1m 나아가기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26일 오후 세종시 신도심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26일 오후 세종시 신도심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세종시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5시간 40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40명의 사상자가 발했다. 소방당국은 “소방대원들이 앞으로 1m를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1시 10분쯤 세종시 새롬동(2-2 생활권 H1블록)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 7동 지하 2층에서 불이 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유독가스 등을 흡입한 근로자들이 늘면서 부상자도 증가하고 있다.

119소방대는 “지하주차장 공사현장에서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불이 나자 세종을 비롯한 대전, 공주, 청주 등 인근 소방인력과 소방차를 지원받아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 쌓여 있는 가연성 물질 때문에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임동권 세종소방서장은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데다 내부에 가연재가 너무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유독가스 발생이 심했다. 소방대원의 활동이 굉장히 위축될 정도로 연기가 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소방관이 앞으로 1m 나가는 데도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세 분이 목숨을 잃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망한 근로자 3명은 모두 지하 1층에 있는 조그만 창고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창고에서 나오지 못한 것으로 봤다.

불이 난 건물은 공사 중이어서 송수관이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진화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아파트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됐던 한 119 구조대원이 현장을 빠져나와 휴식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아파트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됐던 한 119 구조대원이 현장을 빠져나와 휴식하고 있다. [뉴스1]

3명의 소방관도 부상을 입었다. 화재진압을 하던 한 구조대원은 4~5m 깊이의 맨홀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맨홀에 빠진 구조대원에게 공기호흡기를 던져주고 맨몸으로 나오던 다른 구조대원은 질식을 당했다.

근로자들은 이날 지하층에서 에폭시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근로자는 내부에서 페인트 작업을 병행했다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이날 현장 조사를 벌인 경찰은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원과 합동 정밀감식을 벌이는 한편 업체관계자들을 불러 화재 경위와 과실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부원건설이 시공하는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4층, 465가구(주거공간 386가구‧상점 90가구) 규모로 오는 12월 입주를 시작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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