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도 ‘카톡’으로 국가고시 부정행위, 이번에는 ‘단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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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 일러스트. [중앙포토]

시험지 유출 일러스트. [중앙포토]

지난해 9월 10~14일 치러진 국가기술자격시험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시험에서 카톡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피의자 7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가운데 58명은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었다.

전기기능장 실기시험 부정행위로 74명 구속 #시작 30여 분 만에 수험생 58명 정답 공유 #시험 2~3달 전부터 단톡방에서 범행 모의 #시험지 유출, 전달, 문제풀이 조직적 운영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정행위 방지책 강화”

울산지방경찰청은 74명 가운데 시험장 관리위원 A씨(61), 전기학원 원장 B씨(56),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C씨(46)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시험 기간 내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들은 시험 두세달 전에 단체 SNS 대화방을 만들어 부정행위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A씨가 천안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에게 나눠주고 남은 시험지를 몰래 들고나와 팩스로 B씨에게 전달하면, B씨는 이를 전국 7개 전기학원 원장과 전기기능장 인터넷 카페 운영자 C씨에게 전했다.

C씨는 전달받은 시험 문제를 곧바로 풀어 수험생 200여 명이 초대된 단체 SNS 대화방에 해답을 공유했다. 수험생들은 시험을 시작한 지 30여 분 만에 해답을 볼 수 있었다. 수험생 58명은 실기시험장에 허용된 노트북을 이용해 대화방에 접속했다. 인터넷 연결은 휴대전화 핫스팟(무선랜 기지국)으로 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시험을 치를 때 필요한 노트북은 휴대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다. 3년 전에도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에서 휴대전화 카메라와 SNS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이후 휴대전화 단속을 강화했지만 수험생들이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가져와 한 대만 제출하거나 휴대전화가 없다고 거짓말하면 강제로 수색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부정행위는 시험 4일 차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SNS 단체 대화방을 보는 수험생이 적발되면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일시적으로 단체 대화방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어 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부정행위를 계속했다. A씨는 교사로 최근 4년 동안 여러 전기 관련 시험 관리위원 등에 참여해 시험지를 유출한 것이 확인됐다. 이 외에 자신이 낸 문제를 학원 수강생들에게 배포한 시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공단에 직업을 밝히지 않고 감독위원으로 활동한 전기학원 원장 등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공단의 출제·검토위원 관리 소홀 등으로 피의자들이 부정행위를 할 수 있었다”며 “공단에 정책 제안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단 측은 “이번 부정행위가 적발된 뒤로 부정방지신고센터 운영, 일부 금속탐지기를 활용한 휴대전화 사전 차단, 관리위원의 문제지 접근 차단 등을 시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시험은 전국 14개 지역 23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응시 인원은 1146명이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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