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6년만의 국정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의 대표가 16년만에 국정실태를 들여다 보게되는 국정감사에 대한 기대는 크다.
국회는 올림픽이 끝난 후인 오는10월5일부터 20일간 국정감사를 실시키로하고 5백58개 감사대상기관을 선정했다.
그동안 국회의 견제, 감시없이, 국회에 대한 책임을 느낄 필요없이 이뤄진 국정의 실상을 국민대표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개선, 시정될 사항도 다수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감사결과는 예산안 심의와 각종 입법활동의 귀중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특히 국회가 이번에 청와대비서실, 경호실을 위시해 안기부, 특수군부대등도 감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특기할만 하다.
국민세금으로 유지되는 어떤 정부기관이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이상 감사과정에서 국가적 차원의 기밀이나 안보업무등은 보호, 존중되더라도 그것이 감사자체를 배제하는 이유가 될수는 없다.
l6년만의 국정감사가 본래의 취지대로 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회의 국정감사권이 폐지된 유신이전의 국정감사에서는 흔히 의원들의 권위주의적 자세와 관폐끼치기가 문제가 되곤했다.
의원들의 불필요한 호통과 윽박지르기, 거드름부리기, 피감기관들의 편의 또는 향응제공등의 현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국정감사를 의원의 정치적 양명기회로이용한 행태도 많았다.
자극적인 폭로로 이름을 날려보겠다는 한건주의가 감사장마다 벌어졌고, 매스컴의 관심이 없는 분야는 수박겉핥기로 넘어가기가 일쑤였다. 그리고 국회의 각 상위간에 「관할」 확보의 경쟁이 벌어져 한 기관을 몇개의 감사반이 들이닥치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복수의 감사반이 몰려 피감기관의 얼을 빼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그래서 심한 경우 감사기간중 피감기관의 업무가 마비되고 민원처리가 늦어져 원성을 듣는 일도 빚었다. 각 정당과 의원들은 모름지기 이런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한다.
감사할 기관의 업무에 대한 사전파악과 정보의 확보, 의원으로서의 품위유지, 가급적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등이 있어야 하고, 각 상위간의 긴밀한 조정으로 중복감사, 동시다발감사 같은 현상을 피해야할 것이다.
다시 국회의원들 때문에 일 못하겠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감사가 결코 수사나 재판이 아닌 만큼 피감기관을 피의자 다루듯이 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번에 국회가 짠 감사일정을 보면 중복감사와 출장감사가 너무 많지 않은가하는 생각과 20일동안에 무려 5백개가 넘는 기관을 과연 효율적으로 감사할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일부 정당의 움직임에서는 폭로성 감사에 치중하는 듯한 기미도 느낄 수 있다. 의식수준이 16년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게 높아진 국민이 수긍할수 있는 감사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피감기관들도 과거처럼 감추고 덮으려는 자세여서는 안된다. 문제점을 시정하고 국정을 개선하는 계기라는 생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제한된 감사기간만 적당히 넘기고 보자는 현장 모면식의 피감자세가 재연돼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적 합의로 부활시킨 국정감사가 이래서 과연 필요하구나 하고 온국민이 느낄수 있도록 감사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