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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지하철비 갚습니다"…신당역에 15만원 두고간 4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호선 신당역에 전달된 지하철비와 편지 [사진 서울교통공사]

6호선 신당역에 전달된 지하철비와 편지 [사진 서울교통공사]

교통비를 빌려줬던 지하철 역무원에게 20년 만에 고마움을 전한 한 시민의 사연이 알려졌다.

26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9일 점심 때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하얀 봉투를 들고 신당역 역무실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하며 조용히 들어와 "오래전 도움을 주신 지하철 직원들께 미안한 마음을 한동안 갖고 있었다"며 봉투를 내려놓고 갔다. 그는 "편지를 읽어보면 아실 것"이라며 이름을 알리지 않고 돌아갔다. 봉투에는 편지와 현금 15만원이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이 여성이 20년 전 한 역무원에게 교통비를 빌리게 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은 편지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대 후반 때 일이다. 직장에서 늦게 퇴근하던 길이었다. 방배역 막차를 타려는데 수중에 10만 원짜리 수표만 있어 난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시는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역무원이 '지하철에서 내린 뒤 버스를 타고 가나요?'라고 묻고는 버스비까지 빌려줘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락종합사회복지관 직원에게 기부금을 전달하는 박태필 신당역장 [사진 서울교통공사]

유락종합사회복지관 직원에게 기부금을 전달하는 박태필 신당역장 [사진 서울교통공사]

여성은 "정말 고마워서 다음에 꼭 갚겠다고 했지만, 용기가 없어서, 또 바쁘다는 핑계로 20년이 흘렀다"면서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의 고마움을 돈으로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이라도 그 고마움을 갚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알게 된 신당역 역무원들은 여성이 전달한 '20년 만에 갚은 지하철 요금'을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했다.

박태필 신당역장은 "20년간 쌓아온 마음의 짐을 덜어 놓으셨길 바란다"며 "때때로 출근길에 깜빡 지갑을 놓고 온 승객들에게 돈을 빌려드리는 일이 있다. 잊지 않고 찾아와 고마움을 표현해 주시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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