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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일자리 날개 꺾는 ‘일자리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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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태희
박태희 기자 중앙일보 팀장
박태희 산업부 기자

박태희 산업부 기자

‘새는 양 날개가 튼튼해야 잘 날 수 있다’는 말은 정치의 세계에만 통하는 얘기는 아니다. 국민에게 일자리가 골고루 돌아가려면 고용 창출에도 양 날개가 필요하다. 바로 서비스업과 제조업이란 두 날개다.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 능력에서 강점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하는 취업유발계수가 서비스 산업은 16.2명에 달한다. 제조업(7.4명)의 배다. 그간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여겨져 온 이유다. 특히 서비스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일자리 초보가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서비스업이 ‘일자리 만들기’에 효과적이라면 제조업은 ‘일자리 파급효과’가 크다. 취업유발계수를 분석하면 서비스업은 16.2명 가운데 15.1명이 자기 산업 안에서의 일자리이고, 타 산업 취업 유발은 1.1명에 그친다. 그러나 제조업은 7.4명 중 타 산업 유발이 4.3명이다. 납품이나 물류업처럼 엮이는 산업이 많아서다. 특히 제조업에는 대학생들이 주로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이 많아 일자리의 질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중앙일보 보도(2018년 6월 25일 자)대로 제조업이 대부분인 100대 기업에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고 있지만 기업의 수가 늘어나면 전체 취업자 수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일자리 문제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이라는 양 날개를 퍼덕여야 훌쩍 날아오를 수 있다. 정부가 할 일도 명료하다. 지금 펴고 있는 정책이 양 날개를 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점검하면 된다.

국회 캐비넷에는 7년째 낮잠 자는 법안이 있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정부의 추진체계 및 지원’ 등을 정한 법이다. 이 법안은 공청회 몇 번 이후 논의조차 사라졌다. 서비스 산업은 아예 날개를 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나마 버티던 제조업 날개는 단축근로·최저임금 등으로 상처투성이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진짜 일자리 정부가 되려면 ‘소득주도성장 홍보 투어’ 보다 급한 일이 많다. 서비스산업 발전법을 필두로 규제 일몰, 리쇼어링 정책, 고용 유연성 강화, 공공 R&D 성과 공유 등 고용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정책을 꺼내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우리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싸면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고루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미국·일본 사례도 공부해야 한다. 날개 없는 새를 날리겠다고 나섰다간 일자리 정부는커녕 ‘사상 최대 실업률 정부’가 될지 모른다.

박태희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