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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의아이유학노트] <21> 학교내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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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은 즉각 학생 처장 주재로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다. P군은 평상시 학교에서 그다지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폭력은 가장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퇴학 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어떤 경우든 폭력은 안 된다.

나라마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친구끼리 놀면서 몸을 부딪히고 장난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남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금하는데 하물며 폭력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폭력에는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왕따'나 인터넷을 통해 타인을 비방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 사회는 타인에 대한 인격 모독이나 집단 따돌림, 괴롭힘 등의 위법성과 심각성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보딩 스쿨에서도 인종적.종교적.지역적.성적 차별에 의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 말투, 농담 등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세탁 등의 사소한 심부름을 시키거나 심지어 자신의 숙제를 시키기도 한다. 기강을 잡는다는 구실로 기합을 주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이런 행위는 중대한 교칙 위반이며 주정부 법에 저촉되는 심각한 행위로 간주되기도 한다. 집단 따돌림은 학교 측이 방치할 경우 주정부가 학교 측에 책임을 추궁하거나 피해 학부모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학교들은 왕따의 원인, 정황, 내용, 그 심각한 정도와 반복성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 응분의 조치를 취한다.

미국의 보딩 스쿨에서는 엘리트 교육을 지향한다. 소수의 학생을 선발해 장래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그 교육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 발전의 책임을 지운다. 그러므로 보딩 스쿨에서 미래의 지도자인 학생들에게 엄격한 수준의 책임.의무.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영희 교육컨설팅 세쿼이아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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