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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모유', 청소년 '비만'…달라진 키·체중 성장표의 의미는

중앙일보

입력

아이의 발육과 성장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성장도표'가 지난해 12월 새로 제정됐다. [중앙포토]

아이의 발육과 성장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성장도표'가 지난해 12월 새로 제정됐다. [중앙포토]

키ㆍ체중ㆍ머리 둘레ㆍ체질량지수…. 아동ㆍ청소년의 신체 치수는 각자 나이와 성별에 맞는 표준이 있다. 이를 성장도표라고 한다. 성장도표는 아이의 발육과 성장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우리 아이의 키가 성장도표에 나온 키보다 많이 떨어진다면 저성장 가능성이 크다. 반면 몸무게가 성장도표의 표준치보다 훨씬 높다면 비만 가능성이 크다.

소아청소년 성장도표는 1967년부터 약 10년 단위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와 대한소아과학회 등이 참여해 ‘2017 소아청소년 성장도표’가 새로 제정됐다. 지난해 12월 최종본이 공개되면서 의료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산모가 산부인과에서 받게 되는 육아수첩에도 첨부돼 있다.

향후 10년간 쓰일 성장도표는 이전 10년과 어떤 게 바뀌었을까. 3세 이하 아동은 모유 수유에 맞춰 키ㆍ몸무게 기준이 낮아졌다. 분유 수유 등으로 기준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 ‘성장 과잉’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3~18세는 비만 예방 등을 위해 표준 키는 좀 더 높아지고 몸무게 기준은 강화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5일 ‘주간 건강과 질병’을 통해 이러한 성장도표의 변화와 취지 등을 설명했다.

2007년과 2017년 성장도표 기준 비교. [자료 질병관리본부]

2007년과 2017년 성장도표 기준 비교. [자료 질병관리본부]

2007년 성장도표는 여러 한계점이 있었다. 영유아에게 모유 수유를 권장하면서도 성장도표 수치는 모유 수유 아동과 분유 수유 아동을 모두 포함해서 산출했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모유 수유아의표준치로 활용되기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2세 이상 키 표준은 현재 아동ㆍ청소년의 키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저신장이 실제보다 적게 나올 가능성이 컸다. 반면 체중ㆍ체질량지수는 외국보다 높게 설정돼 남학생들의 비만 비율이 적게 나올 가능성이 컸다.

3세 미만에겐 모유 수유아에 맞춘 성장도표가 새로 적용됐다. [연합뉴스]

3세 미만에겐 모유 수유아에 맞춘 성장도표가 새로 적용됐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3세 미만에겐 건강한 모유 수유아를 가정한 세계보건기구(WHO) 성장도표를 새로 도입했다. 분유를 먹인 아동은 새로운 기준을 넘겨 과체중, 과신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유 수유를 권장해야 한다는 취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WHO 성장도표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생후 24개월 남자 기준으로 키 표준은 87.6cm에서 87.1cm, 몸무게는 12.7kg에서 12.2kg으로 낮아졌다.

오경원 질본건강영양조사과장은 ”새 기준에 맞추면 부모들이 모유 수유 때문에 아이가 안 큰다는 걱정을 덜 하게 된다. WHO 성장도표가 현존하는 기준들 중에서 가장 정밀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유를 먹는 아동도 수유 완료 후 일반식을 섭취하고 걷기 등 신체활동이 증가하면 모유 수유아와 성장 속도가 비슷해질 것이다. 과체중으로 분류됐다고 갑자기 아이 식사량을 줄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급식을 받는 초등학생의 모습. 성인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3~18세는 이전보다 비만 기준이 더 강화됐다. [중앙포토]

급식을 받는 초등학생의 모습. 성인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3~18세는 이전보다 비만 기준이 더 강화됐다. [중앙포토]

3~18세는 현실에 맞춰 10년 전 기준을 조금 보정했다. 이전보다 키 기준은 올리고 비만 기준은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저신장, 비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게 됐다. 예를 들어 16세 여성의 키 기준은 159.7cm에서 160cm로 오르고, 몸무게 기준도 53.4kg에서 53.7kg으로 올랐다. 어릴 적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국제적 추세가 반영됐다.

오경원 과장은 "새 기준으로 비만 아동ㆍ청소년이 늘기 때문에 건강 관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급격히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식의 과도한 개입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식생활ㆍ운동량으로 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성장도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자료 질병관리본부]

성장도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자료 질병관리본부]

다만 3세 미만(0~35개월)은 WHO 기준이 적용되고, 3~18세는 국내 자료가 활용되기 때문에 35개월에서 36개월로 넘어가는 값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경계 선상에 있는 35ㆍ36개월은 수치 해석 때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저신장 기준이 조정되면서 성장호르몬 치료 급여 기준에 해당하는 대상자가 늘 수도 있다. 무조건 키가 작다고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기보다는 충분히 성장 상태를 관찰한 뒤 반드시 필요할 때만 하는 게 좋다. '2017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해설집ㆍ이용지침서 등 관련 자료는 질본 홈페이지(http://www.cdc.go.kr/CDC/contents/sub5.jsp)에서 확인하면 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성장도표는

18세 이하 아동ㆍ청소년이 또래와 비교했을 때 건강하게 잘 자라는지 보여주는 표준 수치. 정부는 약 10년 주기로 신체계측조사결과 등에 따라 키ㆍ몸무게 등을 담은 성장도표를 새로 공개한다. 해당 수치에 따라 비만ㆍ저성장 기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 사용하는 성장도표는 지난해 12월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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