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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역서 평양·베를린행 기차표 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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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까운 미래에 서울역에서 평양, 유럽까지 가는 기차표를 팔고 싶다고 23일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역에서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DMZ 평화열차’에 탑승해 “서울역은 원래 국제역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곧 우리가 백마고지까지만 가는 게 아니라 평양, 나아가 모스크바와 베를린까지 가는 기차표를 팔려고 한다”며 “제 말과 행동을 잘 지켜봐 달라. 언제 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945년 분단된 뒤 1천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있다. 두루미는 하늘을 날아 비무장지대를 넘나드는데 사람은 서로 만날 수가 없었다”며 “이것은 인도적 범죄다. 남북한 정치인 모두 이런 상황을 악용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1989년 문익환 목사가 지은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를 소개하며 “‘서울역에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분이 실제로 평양에 갔다가 무기징역이 구형됐다”며 “이처럼 수많은 사람의 꿈이 남북 간 휴전선, 그리고 비무장지대에 서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4월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기차를 타고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세계로 나갈 것”이라며 “분단국가, 섬나라에 갇혀 좁은 생각으로 아옹다옹 싸울 게 아니라 넓은 마음으로 세계를 품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일 과정은 고난의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시장은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은 ‘산’을 넘는 게 아니라 ‘산맥’을 넘는 것”이라며 “70년 세월 분단돼 있었는데 갑자기 몇 년 안에 통일될 리 없다. 통일에도 결국 7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도 통일됐지만 물리적으로 동독 주민들은 2등 국민으로 고통받았다. 지금도 완전히 통일됐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쉽게 해결되리라 속단해선 안 된다. 현명하고 신중하게,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특히 문화와 예술이 평화 통일로 가는 데 중요하다. 음악은 세계인의 보편적인 언어”라며 “언젠가 비무장지대에서 세계적 테너와 오케스트라가 한국과 북한 음악인들과 큰 공연을 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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