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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PK 주고 누군 안 주고…월드컵 비디오판독 왜 이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로코 주장 메흐디 베나티아(오른쪽)가 심판에게 포르투갈 페페의 핸들링 반칙을 두고 항의하는 모습.[EPA=연합뉴스]

모로코 주장 메흐디 베나티아(오른쪽)가 심판에게 포르투갈 페페의 핸들링 반칙을 두고 항의하는 모습.[EPA=연합뉴스]

누군가는 페널티킥을 얻었고, 누군가는 못 얻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비디오판독(VAR) 제도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VAR 논란에 불이 붙은 건 20일 열린 모로코와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B조 2차전 때문이다. 모로코가 0-1로 뒤진 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의 가슴에 맞은 공이 손에 닿았다. 하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속개시켰다. 모로코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전세계 시청자들은 TV 화면을 통해 핸들링 장면을 지켜봤지만 VAR 심판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한국-스웨덴의 F조 1차전과는 대조적이었다. 스웨덴의 공세를 막아내던 한국 수비수 김민우는 페널티 지역에서 빅토르 클라에손(크라스노다르)을 넘어뜨렸다. 호엘 아귈라르(엘살바도르)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키다 17초 뒤 VAR 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비디오 화면을 통해 정확한 판정이 내려진 사례다.

한국-스웨덴전에서 비디오를 통해 확인하는 아귈라르 주심. [연합뉴스]

한국-스웨덴전에서 비디오를 통해 확인하는 아귈라르 주심. [연합뉴스]

FIFA는 이번 대회부터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레드카드에 따른 직접 퇴장,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디오를 통해 판정할 수 있도록 하는 VAR 제도를 도입했다. VAR은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퍼리(video assistant referees)’의 약자다. 경기당 4명의 VAR 심판이 경기장에 설치된 37대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영상을 보고 확인한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을 결정하는 권한이 주심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주심이 스스로 판독을 결정하거나 VAR 심판들이 권고를 하면 주심이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다른 종목에선 심판 뿐 아니라 판정에 의해 불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한 팀도 신청할 수 있다. 야구나 배구가 대표적이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횟수 제한을 두지만 정해진 규칙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테니스도 선수가 직접 '챌린지'를 통해 '호크아이'라고 불리는 판독 시스템 활용을 요청한다. 하지만 VAR은 다르다. 모로코처럼 피해를 입은 팀이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후반 17분 스페인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란 선수들. 하지만 VAR을 통해 무효처리됐다. [EPA=연합뉴스]

후반 17분 스페인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란 선수들. 하지만 VAR을 통해 무효처리됐다. [EPA=연합뉴스]

VAR 제도 채택은 대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포르투갈에 0-1로 패한 모로코는 2패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최초 탈락팀의 불명예를 썼다. 같은 조의 이란은 스페인과 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17분 프리킥 상황에서 골을 넣었지만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무효처리됐다. 이란도 스페인에게 0-1로 패했다. VAR 결과로 인해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 자주 나오면서 선수와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모로코 공격수 노르딘 암라바트는 "VAR이 있다고 하지만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경기 뒤 "주심이 호날두와 페페에게 유니폼을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편파 판정 가능성도 주장했다.

FIFA가 이 제도를 도입한 건 치명적인 판정 실수를 방지하고, 선수들의 과격한 반칙을 줄여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개막 전 FIFA는 "VAR에 의해 반칙행위를 다시 확인하기 때문에 퇴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선 퇴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16경기에서 나온 레드카드는 1장에 그쳤다. 그나마도 반칙이 아닌 핸드볼에 의한 것이었다.

VAR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축구인들도 여전히 많다. 경기 흐름을 끊기 때문이다. VAR이 사용됐던 지난해 클럽 월드컵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은 "VAR로 판정을 기다리는 데 3~4분이 걸린다.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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