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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곱씹고, 곱씹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6보(80~98)=80은 상대의 빈틈을 적절하게 공략하는 수다. 바둑 용어로 상대방의 아픈 자리를 추궁하는 걸 ‘곱씹는다’고 하는데, 오늘 두 선수는 곱씹는 수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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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에서 흑은 ‘참고도’처럼 흑1로 일단 참아두는 방법도 있다. 실전에서는 상변 두 점을 버리고 81로 젖혀 중앙을 지켰다. 중앙을 두텁게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거다. 87까지 중앙 접전이 일단락되자, 탕웨이싱 9단이 장고에 들어갔다. 당장 정밀한 수읽기가 필요한 상황도 아닌데 장고가 길어진다면, 꼼꼼하게 형세를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체를 훑어보며 앞으로 판을 어떻게 조각할지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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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 9단의 호흡을 따라 형세를 살펴보자. 반면 곳곳에는 흑의 우세를 보여주는 증거들이 널려 있다. 지금까지 벌어놓은 실리만 따져도 흑이 좋은데, 중앙도 흑이 훨씬 두텁다. 좌상귀 흑집과 우상귀 흑집이 조금 엷다는 게 유일한 허점. 백이 반격하기 위해서는 이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두 곳을 모두 선수로 지우기는 어렵다. 결국 어느 쪽이든 약간씩 집을 깨는 것으로는 백이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좌하귀 3·3으로 치받은 88은 백의 실수. 어떻게든 수를 내보려고 둔 것 같은데 실리로 손해인 데다 선수까지 빼앗겼다. 91자리에 먼저 붙이는 게 정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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