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지수 3000선 붕괴 … 긴축 발작에 신흥국 펀드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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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 증시의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19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전날보다 3.78% 하락한 2907.82에 마감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2016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중남미 투자 상품 3개월새 -21% #브라질·아르헨티나 펀드 타격 커 #중국·인도·베트남 펀드 동반 하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의 500억 달러(약 55조6000억원) 관세 보복 조치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4배 응징’ 엄포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6.13포인트(1.52%) 하락한 2340.1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4.84포인트(2.96%) 급락해 815.39로 마감했다. 일본(-1.77%), 홍콩(-2.78%), 대만(-1.65%)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선언이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긴축 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자 펀드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남미 펀드는 최근 석 달 사이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펀드 수익률도 줄줄이 ‘마이너스(-)’다. 한국 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8일까지 최근 3개월간 -21.36% 기록했다. 투자금 대비 5분의 1가량 손실이 났다. 최근 1개월 사이에도 수익률은 -14.48%로 고꾸라졌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지역별 수익률에서 최하위다.

특히 국가 신용도, 재정, 경기, 정치면에서 취약한 브라질·아르헨티나 관련 펀드의 타격이 컸다. 국가별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서도 브라질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브라질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4.73%다.

다른 신흥국 펀드 상황도 나쁘다. 국가·지역 가리지 않고 손실을 보고 있다. 최근 석 달 신흥 아시아 펀드 수익률은 -4.62%에 그쳤다. 베트남(-10.70%), 중국(-3.91%), 인도(-0.83%) 등 아시아 주요 펀드 수익률은 동반 추락 중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던 이들 아시아 3개국 펀드도 선진 중앙은행의 긴축 파장, ‘G2(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신흥 유럽 펀드(-7.55%), 중동·아프리카 펀드(-3.53%) 처지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식형 펀드도 피난처가 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21%, 3개월 수익률은 -4.24%에 그쳤다.

해외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안전지대는 선진국뿐이다. 최근 3개월 사이 선진 유럽 펀드와 북미 펀드는 4.18%, 2.74% 수익률을 나란히 기록했다. 유럽 선진국과 미국 경기 회복 기대, 미국 금리 인상 흐름을 타고 ‘신흥국→선진국’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펀드는 오히려 반사 이익을 봤다.

신흥국 증시 전체로 번지고 있는 긴축 발작, 미·중 무역전쟁 충격은 언제까지 지속할까. 전망은 밝지 않다.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18일 브라질(1.33%), 아르헨티나(8.26%) 등 중남미 주요 주가지수가 하락했다.

김주형 유안타증권 글로벌 웰스앤드에셋 매니지먼트 본부장은 “올해 경기가 나쁘진 않지만 지난해보다 덜 좋은 상황인 데다 지난해와 달리 선진국 중앙은행에서 금리 인상과 양적 완화 종료 같은 긴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여기에 브라질·터키 같은 국가는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더 큰 폭의 주가, 통화 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경기 악화, 금리 인상 가속을 고려한다면 위험 자산보다는 안전 자산, 주식형 펀드 투자에서도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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